'핵재앙' 경고에도 날아드는 포탄…"자포리자 원전, 폐쇄도 검토"

[자포리자=AP/뉴시스]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6기가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점령하에 있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위해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원전 안전 전문가인 올레 코리코우는 이날 브리핑에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항이 발생하는 경우 원전의 스위치를 끄는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외부 전력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예비 디젤 발전기를 가동할 수밖에 없는데 전쟁 중 연료 공급을 보충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로 6기를 보유한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원전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점령했다. 최근 이 원전을 두고 포격전이 격화하면서 핵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 부지는 지난달 5일과 6일, 11일 포격을 당했다. 이어 지난달 20~21일에는 포탄이 떨어져 원전 내 화학 시설 등이 훼손됐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송전선이 훼손되면서 전력 공급이 끊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 인근 포격의 주체로 서로를 지목하면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으로 원전이 외부 전력망으로부터 차단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원전 냉각 시스템이 손상을 입을 경우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의 예비 전력공급선이 망가지면서 핵 재앙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IAEA는 이날 자포리자 원전의 정규 전력 공급선이 모두 손실된 가운데 백업전선마저 포격으로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원전 내 디젤 발전기가 마련돼 있으나 안정성은 떨어진다. 코리코우는 AP통신에 "발전기 사용을 위해서는 하루 트럭 4대 분량의 경유가 필요하다"며 "연료가 고갈되면 원자로가 훼손돼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동방경제포럼에서 자포리자 원전의 위기 상황이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핵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원전 주변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의 파편이 흩어져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