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시장 예측 어려운 상황...항상 플랜B 준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시장 위기와 관련해 항상 '플랜B'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문제 된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번복' 과정에도 금융당국의 플랜B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가 힘든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과 관련해 "대응 과정에서 조금 더 선제적으로 하고, '항상 플랜B를 갖고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1일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공시한 뒤 지난 7일 이를 번복했다. 콜옵션 미행사 선언 후 한국 외화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자 금융당국이 강하게 개입한 결과다.

김 위원장은 '흥국생명 콜옵션 사건'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저희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흥국생명은 해외 시장 반응을 본 후 준비된 계획을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일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안 하겠다고 발표했고, 저희가 흥국생명이 괜찮은 회사라고 자료를 냈다"며 "다만 저희가 (해외시장에) 해명이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하겠다고 준비한 것이 있었고, '그 방향으로 해야겠다'고 해서 조치했다"고 말했다.


콜옵션 행사를 위해 국내 주요 은행이 흥국생명의 R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김 위원장 "9일 콜옵션 행사로 일단 어느 정도 해결됐다"며 "대주주가 증자하는 형식으로 재무건전성과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대외적으로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개입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시장이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제일 좋다"며 "그런데 지금 상황은 시장이 스스로 돌아가기에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금 동향을 매일 점검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은 건전성이나 유동성 측면에서 굉장히 안정적이고, 공적인 역할에 대한 이해도나 책임감이 남다른 곳"이라며 "시장이 불안 심리로 움츠러드는데 그 물꼬를 터줘야 하는 역할을 은행권이 해주겠다고 해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의 95조원 유동성 지원 계획 중 약 90조원을 은행을 통해 집행될 예정이다. 이날 은행권은 은행채 발행을 줄이고, 제2금융권과 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증안펀드 출자금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를 250%→100%로 하향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한전채 등 물량이 한 번에 쏟아지지 않게 공사채, 은행채, 지방채 발행을 분산시키고 있다"며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핵심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