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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독립·종속·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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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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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는 그렇지 않다"(2022년 8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완전히 독립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2022년 10월12일,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이다. 독립성을 존재 이유로 여기는 한은의 종속 선언은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총재가 "기계적으로 따라 가진 않는다"고 진정시켰지만 '빅스텝(금리 50bp 인상)' 후 나온 설명은 공치사에 불과했다.

오히려 "11월 추가 빅스텝, 미 물가·FOMC 고려해 결정" "한미 금리 역전폭 과도하게 확대되면 금융안정 저해" 등에 주목했다. 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를 간단한 산수로 계산한다. '미국 기준금리 - 100bp = 한국 기준금리'. 물론 이 금과옥조의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 한은의 기준금리는 3.0%다. 미국 기준금리(3.75~4.0%) 상단과 딱 100bp 차이난다. 한은이 오는 24일 금통위에서 베이비 스텝(25bp)을, 12월 FOMC가 '빅 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차는 125bp가 된다.

숫자만 보면 무섭다. 다리가 찢어질지언정 황새를 쫓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뱁새 다리만 찢어지는 게 아니다. 온 몸이 망가진다. 뱁새, 참새 등 모든 새가 아프다.

원화 유동성이 말랐고 차주들은 숨이 턱에 닿았다. 한미 금리차를 거론하지만 미국채 3년물(4.23%)과 국고채 3년물(3.85%) 차이는 60bp 정도다. CP(기업어음)의 경우 미국 3개월물(4.6%)보다 한국 3개월물(5.09%)이 오히려 50BP 이상 높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은 1주일새 100원 하락했다. 미국만 보면 대한민국을 못 본다.

# 한은이 풀어야 할 문제인데 한은은 미국만 본다. 원화 유동성 위기를 만든 한은은 물러서 있다. 은행채 등을 적격담보증권에 포함시키는 정도에 만족한다. 그마저도 기한이 내년 1월말이서 시장은 벌써 불안을 느낀다. 가뜩이나 자금 시장이 단기화되고 있는데 한은의 호흡마저 짧다.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한은은 금리 외 다른 조치에선 Fed와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CP, 회사채 인수 등 적극적 책임을 다하는 Fed와 달리 한은법 규정 뒤에 숨는다. 시장의 최종대부자(最終貸付者)라고 자임하면서 실제론 아무 것도 대부하지 않는 꼴이다.

금리 인상의 고통도 외면한다. 은행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유동성 지원, 대출 금리 억제 등을 꾀한다. 긴축 모드인 정부도 안심전환대출 등의 성의를 보인다. 반면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시중은행에 저리로 지원하는 자금) 제도를 가동해 취약차주를 달래보겠다는 발제조차 안 한다.

# 한은의 비정상적 행보를 보며 근본적 의문이 떠오른다. 한은의, 금통위의 결정이 집단 지성의 산물일까. 군집행태(herd behavior)는 아닐까.

금통위원 민간단체 추천제가 도입된 게 1997년이다. 통화정책이 경제 각 분야에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각 분야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취지였다. 실물 경제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간접금융시장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 등이 추천한다. 직접금융시장을 대표하는 금융투자업계 추천은 사라졌다.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장관,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융위원장 등도 추천한다.

금통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분야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을까. 사무실이 대한상의나 은행연합회가 아닌 한은에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같은 보고서와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는 것은 아닌지.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상의의 의견이, 은행의 상황 등이 건강하게 전달돼야 합리적 금리 결정과 시장 대책이 나온다. 한은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일 수는 있겠지만 '시장'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 독립만 외치다 Fed에 종속되고 시장에서 고립된다.

[광화문] 독립·종속·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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