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소들 웃는 이유가 있네" 넓직한 전용면적·사료는 유기농

전남 해남군 현우농장에서 사육되는 소들은 몸이 가려울 때, 몸에 오물이 묻었을 때 축사내 설치된 '카우브러쉬'를 이용한다. 소가 카우브러쉬에 목을 비벼대는 모습. /사진=정혁수

현우농장 고민호 대표가 지난 2일 자신의 농장에 설치한 카우브러쉬 용도를 직접 설명하고 있다. 카우브러쉬 설치비용은 개당 200만원에 달한다. /사진=정혁수

전남 해남군 황산면에 위치한 현우농장은 건강한 소들로 유명한 동물복지인증농장이다. 110여두에 달하는 소들은 매일 넓직한 축사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하루를 맞는다. 인근에 있는 5만평 규모의 조사료포는 이 곳 소들을 위한 전용 식량창고로, 이탤리안 라이그래스 등 신선 사료들이 사시사철 넘쳐난다.

이 곳 소들은 유기농법으로 키운 목초를 먹고 자란다. 비좁은 우사에서 수 십 마리씩 갇힌 상태로 매일 똑같은 곡물 사료에 의해 사육되는 일반 소들과 달라 보인다. 한 눈에 봐도 건강미가 흘러 넘친다. 우사 곳곳에 설치된 카우브러쉬(개당 200만원)는 소들에겐 '때밀이 수건' 역할을 한다. 가려운 곳을 스스로 긁어주고, 몸에 묻은 오물은 제거해 준다.

깔끔한 빛깔에 골격이 크고 몸매가 탄탄한 것도 이 농장 소들의 공통점이다. 소들도 운동이 필요하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의 공간이 제공되는 건 아니다. 소들의 생육단계에 맞춰 공간도 제공된다. 운동이 필요한 송아지들에겐 대(大)운동장이, 비육단계에 들어선 소들은 중간 크기의 운동장으로 안내된다.


유기농 사료를 먹이고, 쾌적한 축사에서 사육을 하다보니 이 집 소들은 판로에 걱정이 없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걸로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 유명 백화점 등에서 시세보다 20~30% 비싼 가격에 가져가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에선 명절때마다 임직원 선물용으로 이 농장 소를 선택하기도 한다. 현우농장에서는 연간 60여두의 고품질 한우를 출하해 연매출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남 해남군에 위치한 현우농장 축사 천정에 설치된 환풍기. 우사에서 발생하는 분뇨 악취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 아래는 모기 등 해충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모기등 모습. /사진=정혁수

현우농장 소들이 농장에서 직접 생산된 목초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 소들이 목에 발정탐지기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정혁수

현우농장은 동물복지인증 한우농가로는 전국에서 3번째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해당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다.

한우의 경우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기준(4개)은 물론 소의 관리방법(46개), 사육시설 및 환경(43개), 소의 상태 평가(5개) 등 점검항목만 98개를 충족해야 한다. 송아지 우리의 경우, 외풍을 차단하면서 수분응결이 안되도록 공기순환이 잘 돼야 한다. 또 다른 송아지들을 보고,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곳에 위치시켜야 하며 배수가 잘되고 깔짚이 잘 깔려 있어야 한다.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보온등과 같은 보온시설 설치도 의무사항이다.

현우농장은 가축 운동장을 활용한 적정사육밀도를 유지하는 등 동물복지형 축사관리와 함께 복합영농을 통해 직접 재배한 유기조사료를 급여하는 고품질 사양관리로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한우를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2018년 '깨끗한 축산농장, 전라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 지정' 인증, 2020년 '안전관리인증(HACCP)'인증, 2021년 '유기축산물 ' 재인증에 이어 올해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으로 이어졌다.


고민호(66) 현우농장 대표는 2010년 축산업을 시작한 '늦깍이 축산인'이다. 원래 벼 농사를 6만평 가량 짓다 축산에 흥미를 느끼면서 이제는 주업이 축산, 부업이 쌀농사가 됐다. 그동안 전문 축산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은 치열했다. 고 대표는 인근 순천대 농대에서 무려 7년을 공부했다.

처음에는 1년짜리 친환경 한우사육 최고경영자과정으로 시작해 이후 마이스터과정(2년)을 수료한 그는 내친 김에 정규과정(4년)에 입학해 20~30년 동생들과 '최고 축산인'이 되기위해 경쟁했다.

고민호 현우농장 대표는 인근 목초지에서 이탤리언 라이스를 직접 생산해 소 사료로 제공하고 있다. 목초지 규모는 5만평에 달한다. /사진=정혁수

현우농장 공동대표인 고민호씨와 부인 김옥순씨가 소들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정혁수

고 대표는 "처음엔 소만 잘 키우면 되는 게 아니냐 생각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모르는 것도 많아 주변에 도움도 받았지만 내가 제대로 알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해 공부길에 나서게 됐다"며 "과대표로 활동하며 동생들과 어울리다 보니 지금은 이들이 가장 큰 조력자가 됐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한우로 유명한 고장이다. 특히 해남군 한우농가로 구성된 유기한우영농조합법인은 전국 최초로 한우유기 인증에 성공하는 등 새로운 축산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2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 시행 이후 제1호 인증(만희농장)과 3호 인증이 모두 해남군 한우농가다.

고미호 현우농장 대표는 "사람과 동물 모두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건강한 먹거리가 중요하다"며 "동물복지축산농장은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신선한 사료공급과 철저한 방역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