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연전 멈추고 싶다…6000억 예산 반영해달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상임대표가 5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대 편성’을 요구하는 출근길 시위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는 9일까지 지하철 선전전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전장연 측은 지하철 운행에 큰 지장을 주는 '지하철탑니다'와 달리 지연의도가 없는 선전전을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9일까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5일 오전 전장연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지하철 선전전에 나섰다. 오전 8시 35분쯤 4호선 삼각지역을 출발한 전장연 시위대는 서울역을 거쳐 사당역까지 갔다가 다시 삼각지역으로 되돌아왔다.


이날 시위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포함해 전동 휠체어에 탄 전장연 회원 4명과 목에 피켓을 걸고 이들을 돕는 활동가 3명, 시위를 촬영하는 활동가 2명이 참여했다. 삼각지역에는 경찰 20여명과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 8명 등이 배치돼 전장연 측과 시민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관리했다.

이날 10여명의 전장연 회원들은 삼각지역에서 8시 35분쯤 삼각지역에서 숙대입구 방향으로 지하철에 탑승한 후 열차 내에서 별 다른 발언 없이 서울역까지 이동했다. 서울역에서는 4호선 하행선으로 갈아타고 사당역까지 이동 후 삼각지역으로 오전 9시 25분쯤 되돌아왔다. 이동 구간에서 역마다 승하차를 반복하는 등 별도의 지연행위는 없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탑승 시민들의 동선을 전장연 측과 겹치지 않게 관리했다.

전장연 측은 '지하철 선전전'과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등으로 시위 방식을 구분하고 있다. 이른바 '출근(퇴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열차 출입문에 휠체어를 세우거나 회원들이 바닥을 기어 열차에 오르는 등의 방식으로 지하철 출발을 지연시킨다. 서울 지하철 4호선을 중심으로 역에 설 때마다 승차와 하차를 반복한다. '지하철 선전전'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또는 삼각지역에서 10여명의 전장연 회원들이 지하철에 탑승해 이동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전장연 측에선 선전전은 지연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역당 20~30초간 정차하던 것을 시위를 보장하기 위해 1~2분간 정차하게 되면 꼬리를 물고 운행하는 지하철 특성상 지연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역마다 지연이 누적되면 뒤쪽에 있던 열차 탑승객은 10여분 이상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5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대 편성’을 요구하는 출근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장연 측은 이같은 방식의 선전전을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현재 상임위원회 별로 예비심사를 통과한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확정할 때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선전전을 마친 박경석 대표는 삼각지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에게 현재 반영된 장애인권리 예산안 통과를 요구하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운행 지연을 일으키지 않는 선전전을 9일까지 진행하고 본회의에서 예산이 삭감될 경우 내년 1월 2일에 '지하철 탑니다'를 재개할 예정이다. 저희가 지하철에서 나오게 해 달라"고 했다.

현재 예비심사를 거친 국회 상임위별 예산안에는 정부안보다 약 6000억 가량 증액된 전장연 측 요구사항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 국토교통위원회에 특별교통수단 도입보조 운영비 등을 정부안 대비 631억원 증액된 868억원 △보건복지위에 장애인 활동지원비 등을 정부안 보다 5490억원 증액된 2조5400억원 △ 환경노동위원회에 장애인 고용관리 지원을 위해 정부안 보다 274억원 증액된 2438억원 등이다.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기반으로 현재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양당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박정 민주당의원과 '2+2협의체'를 열고 예산안을 협의하고 있다. 양당은 대통령실 이전 예산, 공동임대주택 및 분양주택 예산 등 쟁점 사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협의체에서 주요 쟁점사안의 증액과 감액에 대해 합의하면 여야는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 본심사(전체회의)를 열고 상임위별로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심사한다. 예결위 본심사를 통과한 예산안은 본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예결위 본심사에서 기획재정부가 상임위별 증액안에 반대하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없다.

박경석 대표는 "2+2 협의에 장애인 권리 예산이 반영될 수 있기를 간곡히 요청한다"며 "이곳을 우리는 삼각지역이 아니라 대통령실역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한국은) 대통령 중심 국가이고 대통령이 거부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한 부분들에 윤석열 정부가 수용하고 촉구할 것을 반영해 삼각지역이 아니라 대통령실이라고 부르며, 대통령의 명백한 책임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상임위별로 증액을 요구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시켜 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현재 예비심사에서 합의된 상임위별 증액안 중 일부가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부 회의를 거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재개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