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마지막 한번 남았다"…금리인하 예상 시기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이번 금리인상 국면에서의 최종 기준금리 상단을 연 3.5% 안팎에서 결정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앞으로 한 두 차례만 더 올리면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된다는 뜻이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급격한 경기 둔화 또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율 재상승이 없다는 전제 아래서다.

그럼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리는 건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3분기에도 한은이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 등은 변수다.


11일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25%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인상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는 2011년 6월 이후 10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급격한 물가상승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상 국면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면서 시장은 한은이 이번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최종 금리 상단을 어느 수준에서 결정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대체로 '3.5+α%'를 적정 최종금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통위원들의 예상 최종금리 수준은 3.5%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며 "3.5%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분이 세 분, 3.25%에서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분이 한 분, 3.5~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이 두 분이 계셨다"고 말했다.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금통위원이 1명 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5% 또는 3.75%가 최종 금리로 유력한 상황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이 중 최종 기준금리가 3.5%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은은 최우선 정책목표는 여전히 물가안정이라면서도 최근 경기와 부동산 시장 등에 대한 우려를 자주 언급하기 시작하며 금리인상 기조를 곧 마무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일 발표한 '2022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경우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는 것이 중·장기 경제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물가의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대내외 수요 위축으로 성장의 하방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에는 이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통위가 통화긴축 속도를 재검토하고 집값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많지만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금리인상을 아마도 3.5% 안팎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 금리 또한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를 것이란 예측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채 3년물 금리는 3.6%대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국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보다 0.25%포인트 안팎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음에 비춰보면 채권시장이 최종 기준금리가 3.25~3.5% 수준을 기록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의 또 다른 관심은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후 한은이 언제 금리인하에 나설지다. 한은은 물가안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언급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목표수준에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하게 (확인된) 이후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를 하는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3분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 기준금리(기준금리-물가상승률)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것을 한은이 용인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최종 기준금리를 3.5%로 가정했을 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내려오면 실질 기준금리가 0%보다 커져 경기 하강압력이 확대되게 된다. 한은은 내년 평균 물가상승률을 3.6%로 보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내년 3분기 한은이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질 기준금리가 플러스가 되면 경기 하강압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내년 2분기 이후 물가상승률이 3%선 아래로도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