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살리고 기자는 정지…'표현의 자유' 강조한 머스크 두 얼굴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AFPBBNews=뉴스1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취재해 온 미국 언론인들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켰다.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극우 성향 인사들의 계정을 복구시켰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CNN의 도니 오설리번, 워싱턴포스트(WP)의 드류 하웰, 뉴욕타임스(NYT)의 라이언 맥 등 다수 기자의 트위터 계정 이용이 중단됐다. 애런 루파, 키이스 올버맨, 토니 웹스터 등 일부 독립 언론인들의 계정도 정지됐다. 이들의 계정을 접속하면 '정지 계정'이라는 메시지만 뜬다.

트위터가 정지시킨 기자 계정/사진=트위터

루파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계정이 갑자기 정지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15일 계정이 영구적으로 정지된다는 메시지가 뜬 뒤 읽기만 가능하고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내거나 트윗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무슨 규정을 위반했는지 트위터에서 이메일이나 다른 정보를 받은 건 없었다"고 했다.

이번 계정 정지는 트위터가 머스크의 전용기 행방을 추적해온 '일론제트' 계정을 정지시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일론제트 계정은 20세 대학생 잭 스위니가 만든 것으로 인터넷에 공개된 비행기 항로 정보를 이용해 머스크의 전용기를 따라가는 봇을 만들어 그의 동향을 제공해왔다. 트위터는 일론제트 계정 정지 직후 사람의 실시간 위치를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번에 정지된 계정 중 일부는 일론제트를 리트윗하거나 트위터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플랫폼인 마스토돈에선 일론제트 계정이 살아있다는 내용을 게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트위터는 이날 앞서 마스토돈의 트위터 계정도 정지시켰다.


머스크는 이번 계정 정지와 관련해 "기자 역시 모든 사람과 동일한 신상털기 규정이 적용된다"는 트윗을 남기며 실시간 위치 제공과 관련한 규정 위반이 관련돼 있음을 시사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기자들도 동일한 신상털기 규정이 적용된다"는 트윗을 남겼다./사진=트위터

다만 루파는 일론제트와 관련해 자신은 어떤 트윗도 올린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저작권법을 위반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머스크에 대해 비판적인 트윗을 올린 것 때문에 정지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자신에 대한 비판 때문에 계정을 정지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머스크는 "온종일 나를 비판하는 것은 전적으로 상관없지만 내 실시간 위치를 털고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결코 괜찮지 않다"고 트윗했다.

CNN은 "오설리번 기자는 머스크의 실시간 위치를 공유한 적이 없다"며 "그는 계정이 막히기 직전 트위터가 일론제트 계정이 살아있는 마스토돈 계정을 정지시켰다는 내용을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위터의 이번 조치는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일방적인 권력을 휘두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외신은 트위터의 잇따른 계정 정지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키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내가 위험해지는 일이 있어도 내 전용기를 추적하는 계정을 막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구나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이전에 정지됐던 극우 성향 인사들의 계정을 대거 부활시켜 논란이 됐던 터다. 여기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도 포함된다.

CNN 대변인은 "다수 기자들에 대한 충동적이고 부당한 계정 정지는 놀랍기보단 우려스럽다"면서 "트위터의 불안정성과 변동성은 트위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우려를 던져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