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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 석학 비롤리 교수 "법 위의 특권에 시민의 자유는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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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철희 기자
  •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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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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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무엇인가] 글로벌 석학 인터뷰③ - 모리치오 비롤리 美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편집자주]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철학 중 하나로 '자유'를 제시했지만, 우리 사회 저변에선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드물었다. 그러나 자유 사상의 발상지인 서구 사회에선 자유에 대한 현재적 검토와 새로운 모색이 끊이질 않는다. 자유의 가치와 이상을 깊이 이해하고, 실제 현실에서 그것을 어떻게 구현하고 확장해 갈 수 있을지, 머니투데이가 글로벌 석학들을 잇따라 심층 인터뷰했다. (①美 진보지식인의 일침 "이태원 명단 공개, 정의롭지 않아" ②"폭군될 위험"…고대민주주의 땐 추방됐던 '팬덤 정치인')
'공화주의' 석학 비롤리 교수 "법 위의 특권에 시민의 자유는 종말"
'특권'(特權)은 주로 재벌이나 권력층에 따라붙는 말이었지만 요즘엔 86 운동권, 노조, 시민단체에도 연결되는 말이 됐다. 특권층 일부는 크지 않은 특권이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저쪽보다 훨씬 적게 누리고 있는데 왜 우리만 비난하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같은 특권이 자유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경고가 있다. 시민의 자유를 중시하는 '공화주의'(republicanism)의 세계적 연구자인 모리치오 비롤리(Maurizio Viroli)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명예교수(사진)는 "누군가 특권을 가지면 나머지 모든 사람은 차별을 받게되는 것이고, 그러면 공동체 안에 시민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한다.

비롤리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개인 또는 몇몇 개인들이 법 위에 있을 경우 그들이 원한다면 자신의 의지를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등 시민들을 자유롭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그래서 공화주의적 자유를 바라는 사람들은 모든 시민들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치를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

공화주의는 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사상이다. 비롤리 교수는 명저 <공화주의>에서 "공동체의 최고 목적은 개별 구성원들의 생명, 자유, 소유를 보호하는데 있다는 자유주의의 핵심 원리를 공화주의 사상가들이 먼저 확립했다"고 썼다. 그는 "공화주의 사상은 자유의 원리를 숭상하면서 이 자유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정치적·법적 수단이 무엇인지 설명한 정치이론"이라며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는 파생관계"라고 설명했다.

포퓰리즘·팬덤정치·선동의 횡행, 집단주의와 내로남불,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과도한 개혁주의, 정치권 부정부패 등 한국 사회·정치의 심각한 문제들도 공화주의 사상과 역사의 관점에서 본질적 진단을 예각화할 수 있다. 일례로 과도한 개혁주의에 대해 비롤리 교수는 공화정 시절 로마의 호민관이었던 그라쿠스 형제가 국유지를 재분배하기 위해 추진한 급진적 농지개혁이 귀족과 평민간 격렬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역사적 사례를 들며, "그 갈등이 공화주의적 자유의 종말로 이어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독재권력을 갖는 조건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비롤리 교수는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세계적 석학이다. <군주론>을 쓴 16세기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 연구의 세계 최고 전문가다. 핀테크 기업 '토스'의 창업자가 비롤리 교수의 <공화주의>를 읽고 법인명을 '공화국 만세'라는 뜻의 '비바리퍼블리카'(Viva Republica)로 지었다는 일화도 있다. 화상으로 만난 비롤리 교수로부터 한국 사회·정치의 주요 문제들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들었다.

'공화주의' 석학 비롤리 교수 "법 위의 특권에 시민의 자유는 종말"


무리한 개혁에 따른 갈등, 자유의 종말 부를수도


-현재 한국 사회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개혁주의가 남긴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개혁 추진 주체가 아무리 선의로 했더라도 실패한 개혁의 결과로 인해 시민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이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이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요?

▶개혁을 추진할 땐 여러 맥락을 아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최선의 의도를 가졌다고 해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의 한 역사적 사례로, 1919년~1920년 무렵 이탈리아에서는 노조와 사회주의 정당 지도자들이 토지 재분배와 노동자 권리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운동을 벌였는데, 그 결과 많은 반발과 충돌이 이어져 결국 1924년 무솔리니 파시즘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이것이 바로 좋은 의도만이 아니라 맥락에 대한 파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시민들이 가진 사고방식과 문화, 전통을 알아야 합니다.

마키아벨리의 방법에 따라 역사를 근거로 답을 더 해드리겠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 1권 37장에서 공화정 시절 로마의 호민관이었던 그라쿠스 형제를 비판했습니다. 그라쿠스 형제는 기원전 2세기 국유지를 재분배하는 농지개혁을 추진했는데, 공화국이 가진 땅을 농부들에게 분배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목표가 매우 훌륭하고 공정했으며 대의명분이 있는 일이었지만 마키아벨리가 비판한 이유는 그들이 로마 귀족들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개혁은 귀족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귀족들과 평민들 사이에 격렬한 갈등이 일어났으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그 갈등이 공화주의적 자유의 종말로 이어졌고,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 공화정의 권력을 장악할 조건을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그 후 로마는 다시 자유를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갈등이 합리적인 타협에 의해 해결되지 않는다면 특정한 사람이 권력을 잡거나 과두체제가 부상할 조건이 만들어져 공화주의적 자유에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같은 마키아벨리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유의미합니다. 정치적 양극화(political polarization)와 같은 장기적이고 과격한 사회적·정치적 갈등은 민주주의 제도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민들이 선동가들에게 속아, '사회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 한 사람에게 권력을 부여하고 민주주의 제도를 폐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화주의 제도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정치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마키아벨리가 지적한대로 '폭력적 대립이 아닌 대화와 토론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정치적 가치를 보다 단단히 공유해야 합니다.

-교수님께선 정치인의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도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선 포퓰리즘 정치인들의 '팬덤정치', '선동정치'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올바른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포퓰리스트 '선동가'(demagogue)와 '연설가'(orator)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이 역시 강력한 현실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공화주의적 전통에서 비롯된 중요한 정치적 교훈입니다. 선동가는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미혹합니다. 자신이 항상 옳고, 더 큰 권력과 부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여깁니다. 대중과 지지자들의 욕망을 추종합니다. 선동가는 항상 대중이 욕망하는 것, 듣고 싶은 것만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연설가는 다릅니다. 연설가는 시민을 종속시키려 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자유의 정신을 심어주고 그것이 더 강해지길 원합니다. 선동가는 항상 이익, 요구, 욕망을 말하지만 연설가는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그래서 연설가는 듣고 있는 시민들의 영혼을 고양시킵니다.

-유튜브 등 SNS가 선동가들이 횡행하는 정치적 선동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주요 정보를 얻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사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세대인 'iGen'(아이젠)은 책보다 스마트폰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주로 스마트폰으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교수인 저는 개인적으로 그 어떤 것도 실제 교실을 대체할 수 없고, 대체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메시지나 채팅,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정치인의 이야기를 듣는 현실적인 정치 담론도 중요합니다. 직접 대면해서 얘기를 들으면 그 사람의 진정성과 깊이, 의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단순히 정보 전달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물론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 세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를 획득하는 것과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책이 필요하고, 선생님이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합니다.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2022.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 2022.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부정부패 없애려면 유능한 검찰·경찰 필요


-교수님께선 정치적 부패에 대해 공화주의의 적이자 공동체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정치적 부패의 원인과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치적 부패는 대부분의 나라에 만연한 일종의 질병입니다. 좀 덜한 나라가 있고 더 심한 나라가 있을 뿐입니다. 지금 유럽의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세요. 뇌물수수, 공공기금 남용 등 부패 스캔들이 일파만파입니다.

이탈리아인으로서 저는 사실 부패 문제 전문가입니다. 저는 40년 넘게 이탈리아의 부패 문제를 비판해 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탈리아에서 부패는 아마도 이전보다 더 만연할 것입니다. 저의 이런 경험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정치적 부패에 맞서 싸우고 싶다면 우선 부패를 처벌할 엄격한 법이 필요합니다. 또한 부패를 적발하는 방법을 잘 아는 유능한 검찰과 경찰이 필요합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자부심 강한 검찰과 경찰이 막강한 권력을 지닌 정치인들을 감시하는데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이탈리아에선 1990년대에 몇몇 검사들이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과 기업가, 수많은 정치인들이 연루된 엄청난 부패 사건을 적발했습니다. 검사들은 부패 네트워크를 적발하고 위법 행위들을 입증해 수많은 부패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을 감옥에 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국가에 훌륭한 검찰과 경찰, 법관이 있다면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민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만약 시민들이 부패 정치인의 편을 들고 이들을 고립시킨다면 부패는 더 만연해질 것입니다.

-분단국가인 한국에선 북한과의 협력 과정에서 부패 문제가 연관돼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을 돕는 경우에는 '평화를 위한 지원이다', '대북 퍼주기다' 라는 논쟁이 오래돼 왔습니다.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은 인권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현재 검찰이 수사 중입니다.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는 국제사회와의 대립을 통해 이득을 보기도 합니다. 그것을 이용하죠. 과거 무솔리니나 히틀러에 대한 국제 제재나 현재 러시아 푸틴 정부에 대한 제재의 효과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이중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권위주의 국가는 국제사회가 대립적·징벌적으로 대응하면 그 독재자의 지위와 권력이 오히려 강화됩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그러한 대응은 비생산적일 수 있습니다. 즉, 권위주의 국가에 지나치게 우호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특히 인권과 관련된 것은 타협할 수 없습니다. 경제 문제는 상황에 따라 수용적 태도를 취해도 되지만 인권에 관해서는 비타협적 입장을 고수해야 합니다. 물론 공화주의자로서 제 얘기는 도덕적 원칙을 수호하자는 것만이 아닙니다. 사실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현실주의에 기반한 것입니다. 그렇게 인권에 대해 비타협적인 것이 공정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분명히 있습니다. 정치적 현실에는 반드시 경계가 있어야 하며 가장 기본적인 경계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입니다. 이 경계는 넘어서는 안됩니다. 이는 정치 윤리에 있어서 유일한 원칙입니다. 목표가 무엇이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원칙을 훼손하거나 원칙과 다른 타협을 해서는 안됩니다.

탈북자를 돌려보낸 것처럼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에게 원하는 것을 주면 그 뒤에 권위주의적 태도가 누그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걸 요구합니다. 뭔가를 얻어 내고 나면 더 많이 얻어내려고 합니다. '이것도 받아냈으니까 더 많을 걸 받아낼 수 있겠는데. 하던대로 하면 돼.'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역사 속에 교훈이 있습니다. 1938년 히틀러가 주데텐란트(Sudetenland)를 침공했을 때 네빌 체임벌린 총리의 영국과 에두아르 달라디에 총리의 프랑스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뮌헨협정처럼 히틀러를 상대로 유화 정책을 쓴 결과, 어떻게 되었죠? 히틀러의 힘을 약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히틀러가 자신의 힘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졌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실제로 1939년에 더 많은 침략을 감행합니다.

다시는 그런 실수가 반복돼선 안됩니다. 뮌헨협정이 역사적으로 큰 일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지만, 저는 제 강의에서 이 실수를 바로잡고 만회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 실수로 인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공화주의' 석학 비롤리 교수 "법 위의 특권에 시민의 자유는 종말"


시민의 자유 위해 '법치' 필수…모두가 동일한 법 적용 받아야


-최근 한국에선 법치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선 사적인 지배는 용납될 수 없지만 법으로 구체화된 공적인 제한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법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시민의 자유'를 강조해 왔습니다. 우리가 다른 개인, 집단 또는 국가의 독단적인 의지에 의해 예속되지 않을 때 누릴 수 있는 자유입니다. 공화주의적 의미로서 시민의 자유입니다. 이런 자유는 법치를 단지 허용할 뿐 아니라 그것을 필요로 합니다. 모든 시민이 동일한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고,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고대 로마의 공화주의 이론가들, 특히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우리가 자유롭고 싶다면 모두 법의 종이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 개인 또는 몇몇 개인들이 법 위에 있을 경우 그들이 원한다면 자신의 의지를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수 있습니다. 즉, 그들은 시민들을 자유롭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인 또는 몇몇 개인들의 자의적인 의지에 예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공화주의적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강조하는 법치는 시민의 대표들이 승인한 법, 모든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법에 의한 통치입니다.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특권이나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특권을 허용하면 누군가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혜택을 누리고, 다른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차별을 겪게 됩니다. 두 경우 모두 자유, 즉 공화주의적 의미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법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법치를 위해선 자신의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정직하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필요합니다. 법치는 그 자체만으로는 존립할 수 없습니다. 법의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법 내용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대표자들, 공직자들의 정치적 지혜가 필요합니다. 정치적 지혜를 가진 정직한 정치인들, 공직자들만이 시민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을 균형 있게 실현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공화주의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들어가는 법과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구성원 스스로 책임감 있는 시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나 시민 개인은 자신의 자유의 확대를 항상 요구하면서도 공동체에서 그 자유를 누리는데 대한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는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은 적극적인 정치적·사회적 참여를 쓸모없고 지루하며 종종 위험하기까지 한 부담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의 시민들, 우리들 대부분은 공화주의적 자유의 고전적 원칙 하나를 망각했습니다. 자유는 단순히 우리가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유는 자격이 있는 이들만 누릴 수 있는 가치입니다.

자유로운 시민으로 살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시민의 의무를 이해하고 수용할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공화주의 정치사상의 양대 걸작이 키케로의 '의무론'과 주세페 마치니의 '인간의 의무'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두 책 모두 권리가 아닌 의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대 사회의 시민들에게 시민의 의무에 대한 인식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시민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필요합니다. 또 시민권의 가치를 젊은 시민들뿐 아니라 나이든 시민들에게도 가르칠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해지면서 한국의 외교·안보는 날로 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합의 메커니즘이 취약한 한국 정치 안에 미국은 친미파, 중국은 친중파를 만들고, 이 파벌들은 한치의 협력이 없이 대립만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 정치가 강대국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친미파, 친중파와 같은 파벌들의 대립에 대한 최고의 해법은 올바른 공화주의적 애국주의입니다. 이는 독자적인 존엄성과 전통을 가진 독립국가의 독립된 국민, 즉 독자적인 방식을 통한 자유로운 삶에 대한 신념을 갖고 미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국민들의 문화를 모방하지 않는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의미합니다.

문화적·정신적 자유가 없다면, 즉 문화적 동화에 대한 저항을 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자유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습니다. 문화적 동화에는 정치적 종속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한국인이 미국인이나 중국인이 된다면 정체성을 잃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유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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