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美 IRA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 왜곡…개선해야"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빌 게이츠/AFPBBNews=뉴스1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을 왜곡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전날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니콜라이 탕엔 최고경영자(CEO)와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IRA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미국과 유럽 간의 전기차 및 부품 무역을 어느 정도는 왜곡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게이츠는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비롯된 경쟁은 미국과 유럽 모두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IRA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내 청정에너지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발효된 IRA에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972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조항이 담겼다.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해야 3750달러를, 미국이나 대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광물을 일정 비율 배터리에 사용해야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당초 배터리 광물 원산지 요건은 올해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미 재무부가 IRA 시행지침 발표를 오는 3월 말로 연기하면서 적용 시점은 늦춰진 상태다.

IRA 보조금 요건은 전기차 대부분을 북미 이외 지역에서 최종 생산하는 한국, 일본, EU 기업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각국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다. EU는 IRA에 맞대응하기 위해 청정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도 IRA 보조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거나 규정 시행을 유예하기 위해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게이츠는 수소 시장을 지원하는 IRA 보조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게이츠는 "현재 그린 수소는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가격이 약 4배 더 높다"고 말했다. 그린 수소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들어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대신 가격이 더 비싸다.

게이츠는 "향후 10년 동안 유럽 정부는 유럽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미국은 미국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라며 "그린 수소 시장을 구축하는 데 각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건강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