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천국'이어서? 필립모리스 러시아 못 떠나나, 안 떠나나

/사진=필립모리스

담배 '말보로' 판매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러시아 사업을 팔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외국기업의 자산 매각에 대한 러시아 내 조건이 까다로워 거래가 실제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을 맞은 가운데 필립모리스가 러시아 사업 매각보다는 유지 방침을 기정사실화 한 것.

필립모리스 CEO 야첵 올자크는 23일 "적어도 3명의 진지한 구매자들과 논의해왔지만 누구도 실행에 옮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회담이 중단됐다"고 파이낸셜타임즈에 밝혔다. 올자크는 "몇몇 사람들이 우리가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매각 결정을 실행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자크 CEO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에서 자산을 처분하려는 기업들이 겪는 행정적 어려움과 함께 필립모리스처럼 러시아 사업 비중이 큰 국가가 시장을 포기하는 데 따른 손실 문제를 드러낸다. 필립모리스의 러시아사업에 대한 매도 호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러시아 자산규모가 25억달러(약 3조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자크 CEO는 "만약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구매자가 있다면 할 것이나 그런 구매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희망이 없다. 그래서 러시아 유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정부가 외국 기업의 러시아 자산 매각 평가는 물론 새 소유주의 배당금과 현금 흐름에 대한 접근을 지시할 수 있는 규정을 지적하며 "내게는 주주들의 가치를 회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공평동의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많은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겠다고 공언했지만 경영대학원인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EU(유럽연합)와 G7(주요7개국) 그룹 중 9% 미만만 실제로 러시아 사업을 정리했다.


BP와 쉘, 엑손모빌, 에퀴노르 등 글로벌 에너지그룹들은 현지 합작 사업을 종료하거나 지분을 0으로 줄였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현재까지 러시아에서 철수한 가장 큰 은행이다. 러시아에 공장을 가진 거의 모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도 매각하거나 철수했다.

담배 업계에서는 다비도프 시가와 담배 제조사인 임페리얼 브랜즈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 사업장을 현지파트너에게 매각해 4억6300만달러의 연간 순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러시아를 떠날 의사가 없는 재팬 타바코를 비롯해 다른 담배 그룹들의 행보는 다르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흡연율이 높은 데다 전자담배로의 전환 움직임 때문에 담배 메이커들의 격전지로 꼽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지난해 필립모리스 전체 매출(317억달러) 중 8%를 차지했다.

한편, 필립모리스는 말보로 외에 L&M, 체스터필드 등의 담배브랜드를 판매하고 있고 전자담배 제품 아이코스(IQOS)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150억달러에 경구용 니코틴 파우치 제조업체인 스웨덴 매치(Swedish Match)를 인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