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자는 어쩌다 3900억 '런던 궁전'을 잃었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방한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를 영접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2.11.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런던 리젠트파크 경계 안에 있는 대저택 더홈. 4에이커 면적에 2층 건물로 '런던에서 가장 바람직한 개인주택'으로 묘사된다.

40개의 방이 딸린 '미니 버킹엄 궁전.'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대저택 '더홈'(The Holme)아 2억5000만파운드(약 3900억원)에 시장에 나왔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고위층에 대한 압박 이후 왕실 일가의 재정이 악화되면서다.

7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실소유주로 거론되는 사우디의 칼리드 빈 술탄 알 사우드 왕자가 개인 제트기 임대료를 못 내 리스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하며 집이 매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매매가 성사되면 역대 영국 주택 중 최고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칼리드 왕자는 1991년 건지섬에 등록된 퀜돈 유한회사(이하 퀜돈)를 통해 4300만달러를 들여 더홈의 장기임차권을 구입했다. 버뮤다 회사를 통해 칼리드 왕자에게 개인 제트기를 임대해준 윤톈10리스컴퍼니(이하 윤톈)는 더홈을 매각해 제트기에 대한 미지급 임대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홈의 실제 소유권이 칼리드 왕자에게 있고 퀜돈이 칼리드 왕자의 자산을 은폐하는 데 이용됐다는 것. 퀜돈은 칼리드 왕자의 자녀 5명이 실소유주로 등록돼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부유층의 영국 자산에 대한 제재가 촉발된 이래 해외 기업을 통해 런던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 집중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정부는 영국 자산을 소유한 외국기업에 실소유주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로펌 링클레이터스는 1991년 칼리드 왕자가 집을 사기 위해 퀜돈에게 보낸 돈이 '선물'이라고 명시한 메모를 작성했고, 칼리드 왕자와 그 가족이 더홈의 지속적인 사용과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합법적이고 절세되는 방법을 조언한 바 있다고 밝혔다.

칼리드 왕자는 샌드허스트에서 훈련받은 장군으로 3년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차관을 지냈다. 현재 73세인 그는 더홈을 런던의 저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퀜돈 측은 이 집의 가치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왕자와 가족에게 대출을 해줬다고 인정했다.

퀜돈은 최근 몇 년 동안 이 저택을 담보로 점점 더 많은 돈을 빌렸다. 2019년에는 어테스터가 관리하는 아일랜드 회사 트리니티 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아 스탠다드차타드 대출을 상환했다. 트리니티로부터의 대출은 2020년 세 번 연장됐고 현재 약 1억5000만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퀜돈은 트리니티와 대출 재융자를 협상할 예정이었으나 윤톈이 고등법원으로부터 더홈에 대한 임시 청구 명령을 받아 거래가 막혔다. 트리니티는 윤톈이 해당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퀜돈이 대출 만기 후 상환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2017년 모하메드 왕자가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가 되고 왕실 구성원, 기업인, 국가 관리 등에 대한 부패를 단속하면서 사우디 왕실의 재정에는 큰 변화가 왔다. 칼리드 왕자는 2011년 왕국 설립자 이븐 사우드의 아들인 아버지 술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사망 직후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으나 2017년경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왕자는 요트 2척과 8700만달러 규모의 프랑스 파리 저택을 매각했다.

한편 더홈은 리젠트파크에 지어진 두 번째 빌라이자 버튼 가문에 의해 설계되거나 건설된 첫번째 빌라로 1818년 건축됐다. 건축학자 가이 윌리엄스에 의해 '런던에서 가장 바람직한 개인 주택 중 하나'로 묘사됐다. 건축 평론가 이안 낸은 이 집에 대해 "서양 문명의 정의"라고 묘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