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디스크인가?" 갑작스런 허리 통증…알고보니 '이 병'

정상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권 씨(68여)는 언젠가부터 평소에는 괜찮다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앉을 때 허리에 통증이 생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왼쪽 엉치에서부터 무릎 앞쪽까지 극심한 통증이 이어졌다. 허리디스크나 협착증이 아닐까 생각하며 병원을 찾은 권 씨는 '추간공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소 생소한 병명인 추간공협착증 역시 퇴행성 척추 질환 중 하나이다. 척추관협착증과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으로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 또한 달라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척추관협착증은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져 발생하는 질환이며 추간공협착증은 척추관을 빠져나오는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공간(추간공)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로 인해 디스크가 내려앉거나 척추가 마모되면서 작은 가시 모양으로 뼈가 자라나 신경이 빠져나가는 추간공을 좁아지게 만들어 신경을 압박하게 만드는 퇴행성 질환이다.

추간공협착증은 허리와 다리 통증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증상이 달라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허리디스크와 구별할 수 있는 특징으로 허리를 구부리면 통증이 호전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추간공 협착증은 보통 걷거나 누워있을 때는 별다른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앉으려는 자세를 취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허리에 무게가 실리면 엉덩이와 다리가 저리고,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추간공에는 신경세포가 모여있는 신경절이 존재하는데 추간공에 문제가 생기면 예민한 신경절에 압박이나 염증 등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신경절은 작은 문제에도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어 척추관협착증 환자보다 추간공협착증 환자가 더욱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추간공협착증 치료는 신경이 눌린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게 눌린 경우라면 약물 치료와 물리 치료, 주사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통증의 심한 경우라면 신경성형술이나 추간공확장술 등의 시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신경이 눌린 정도가 심한 고도 협착증이라면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추간공협착증은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과 비교해 발병 빈도가 높지 않은 질환이라 의사마다 진단이나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간혹 잘못된 진단으로 치료를 시도하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MRI 검사를 통해 신경이 눌린 정도를 확인하고 그에 맞게 단계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평소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는 등 신경을 압박하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걷기나 수영 등 꾸준한 운동은 통해 허리 근력을 강화해 유연성과 주변 인대, 근육 등을 키워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