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요금제'로 손해볼라 노심초사했는데…이통3사 표정 달라졌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와 5G 중간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 확대, 시니어 요금제 출시 등 이용자의 요금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2023.2.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5G 중간요금제'를 바라보는 이동통신3사의 시선이 1년새 달라졌다.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인 것처럼 내놓으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게 작년이라면, 올해는 '두고 보자' '호재일 수도'라며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지난해 1차로 내놓은 중간요금제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올해 2차 중간요금제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LTE→5G' 전환 및 알뜰폰(MVNO)과의 경쟁에 도리어 효과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종합)는 총 1조3029억원 규모로 예상됐다. 역대급이었던 작년 1분기(1조3202억원)와 비교하면 1.3% 감소했지만, 경영진 공백에 시달리는 KT가 홀로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하면 작년 못지않은 호실적이다.


3사 모두 신사업에 진심이지만, 여전히 매출과 이익 규모에서 유무선 통신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 LTE 대비 고가인 5G로의 전환 흐름은 통신3사 실적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최근 5G 전환 속도가 다소 둔화했다지만, 올 2월 말 기준 5G 가입자는 2913만명으로 지난 1년 사이 685만명(30.7%) 늘었다. 올 4~5월 기준 3000만 달성이 확실시되는 것은 물론 연말 3500만명 돌파를 기대할 수 있는 추세다.

새롭게 출시되는 5G 중간요금제는 이 같은 'LTE→5G' 전환 흐름을 한층 가속화 할 전망이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가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발표하자 울상이던 이통3사의 표정을 떠올리면 정반대의 상황이다. 저용량과 대용량, 양극단에 치우친 5G 요금제의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게 인수위의 목표였는데, 당시 이동통신업계는 고가요금제 이용자가 중간요금제로 전환하면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떨어져 수익성에 부정적일 것이라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작년 8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각 24GB, 30GB, 31GB의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선택하는 이용자가 많지 않았던 것은 물론 실적 영향도 미미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40GB~90GB에 해당하는 새로운 구간의 중간요금제 출시를 요구하자 통신3사는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지난달 이동통신 3사 중 처음으로 올해 새 5G 중간요금제를 선보인 데 이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한다. 정부의 민생안정을 위한 가계통신비 안정화 대책에 부응하는 차원이지만, 중간요금제에 대한 거부감도 한결 사라진 표정이다.


LG유플러스도 이날 50GB(6만3000원), 80GB(6만6000원), 95GB(6만8000원), 125GB(7만원) 데이터를 제공하는 4종의 중간요금제를 신설했다. 데이터 제공량 측면에서 SK텔레콤 중간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지만, 비싼 요금제일수록 QoS(기본 데이터 소진 시 속도제한)를 올려 경쟁력을 과시했다. KT도 조만간 새로운 5G 중간요금제를 공개할 계획이다.

1년 사이 이통사 '발언'의 온도 차도 상당하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요금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중간요금제 신설이) 일방적으로 실적에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날 이재원 LG유플러스 MX혁신그룹장도 "5G 중간요금제가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모두 있기 때문에 가입자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마찬가지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 우려와 달리 통신 3사의 중간요금에 따른 이동전화 매출액 감소 효과는 연간 1%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세분화 된 5G 중간요금제에 대해서도 "5G 가입자들의 다운 셀링(고가→저가 요금제 변경)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LTE 가입자들의 5G로의 이동을 가속화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