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만능·노조 기득권 보호" 노란봉투법 …거부권 3호 수순?

전해철 국회 환노위 위원장과 국민의힘 임이자 간사,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간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관련 설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업만능주의 귀착", "불법행위자에게 특권", "전투적 노사관계만 남아"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법리상 문제와 노동현장에 가져올 혼란과 파장에 대한 우려다. 아직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시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 건을 통과시켰다. 안건 상정에 반대하며 여당인 국민의힘 환노위 의원들이 퇴장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과 정의당 의원 1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한 무기명 투표 결과, 10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주무부처 수장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통과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만능주의, 소수의 노동조합 기득권 강화, 전투적 노사관계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정부는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사용자의 범위 확대'와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현재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포함하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원청은 자신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인지, 단체교섭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 및 현장의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용자의 개념이 추상적으로 확대되면서 누가 누구의 사용자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근로계약서를 바탕으로 교섭 관계가 생기는 현행 법 체계도 구멍이 생긴다.

한 전문가는 "법안대로라면 공공사업의 예산을 책정하고 분배하는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용자로 인정돼 수많은 하청업체가 모든 정부 사업을 대상으로 기재부 장관에게 교섭을 요구하거나 이에 불응시 파업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 쟁의 행위의 범위 확대도 우려된다. 현행 노조법은 쟁의 행위 범위를 노사 간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규정한다. 즉 임금인상, 단체협상 개정 등 근로조건 기준에 관한 권리와 관련한 이익분쟁에 한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개정안 2조 5호는 '근로조건 결정'에서 '결정'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단체협상 불이행, 부당노동행위 구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파업이 가능해진다.

이 장관이 "소송을 거쳐 정당한 해고로 판단된 경우라도 해고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단체협약으로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며 "그간의 상생·협력적 노사관계가 무너지고, 산업 평화는 기대할 수 없으며, 전투적 노사관계만이 남을 것"이라고 우려한 이유다.

손해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고 신원보증인의 손해배상 책임 제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 3조는 '불법 행위'에 대한 면제부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한 전문가는 "불법 파업은 원칙적으로 최소화해야 하며,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의 경우 법원에서 인과관계를 따져 면책되거나 조정된다"며 "개정안은 불법 행위를 행한 대상자를 예외적으로 구제해주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개정안과 같이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에 예외를 둘 경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불법행위자에게 특권을 주는 것으로 헌법의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이유로 노란봉투법은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거부권 3호 법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용부 이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공공연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주관 부처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정부는 노란봉투법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상생임금 등의 정책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중구조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노동, 산업, 공정거래 등 정책 패키지를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