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美 FRB 임원 "美 인플레, 완화적 정책 때문 아냐…"

나라야나 코첼라코타(Narayana Kocherlakota), Rochester대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최근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원인이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에 따른 초과수요보다는 공급적 측면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선 긴축적 통화정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세입 확대나 이전지출 축소 등 긴축적 재정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라야나 코첼라코타(Narayana Kocherlakota)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는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BOK 국제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FRB, 연은) 총재를 지낸 인물이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COVID-19) 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에 따른 초과수요가 지목되고 있는 데 대해 이러한 완화적 정책이 초과수요를 발생시켰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 전후 실업률과 실질임금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완화적 거시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통화 증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는 정도를 포착하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코로나 이전보다 0.5%p(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점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은 주로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인한 비용 상승과 기업 간 경쟁 완화에 의한 이윤율 상승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공급부족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봉쇄조치가 기업 간 경쟁을 완화시키면서 기업들이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라야나 코첼라코타(Narayana Kocherlakota), Rochester대 교수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그러면서 높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통화정책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긴축적 재정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경우 현재 시점의 수요를 축소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정부채권의 이자 수익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미래 수요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전지출 축소 등 긴축재정으로 대응하면 가처분소득 감소를 통해 현재 소비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며 "또 이를 통한 정부부채 축소가 미래 가계의 이자수익을 감소시켜 미래 인플레이션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분석은 '정부부채 거품'이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코첼라코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실질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영구적으로 낮고 재정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는 경우 정부부채 거품이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지난 30여년 간 주요국이 경험한 바와 같이 실질금리가 성장률을 하회하는 상황에서는 물가안정 등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해 통화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재정정책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