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지원·배임' 조현범 한타 회장 첫 공판서 혐의 부인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계열사 부당지원과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14일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조 회장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해 MKT에 유리한 단가 케이블에 기초해 현저히 높은 가격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판에서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MKT)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분 구조 변경을 문제삼았다.

검찰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몰드 제조 원가 절감 등을 목적으로 지분 100% 인수를 전제로 인수를 추진했다"며 "안정적인 매출과 배당수익이 예상되자 조 회장 29.9%, 조회장의 형인 조현식 고문 20.0%, 한국타이어 50.1%의 지분구조로 변경했다"라고 했다.

검찰은 또 "MKT가 아닌 경쟁사에 대해서만 단가를 인하했다"며 "MKT 인수 목적은 제조 원가 절감이었는데 MKT의 몰드 거래 조건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한국타이어에 불리한 의사결정을해 타이어발주금액인 875억원의 15%에 해당하는 131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 측은 지분구조 변경은 리스크 분담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변호인은 "인수 협상이 시작된 2009년은 세계적으로도 경기가 악화되던 시기였고 타이어 생산량도 줄었다"며 "조 회장의 지분 참여는 회사 경영상 필요한 리스크 분담의 일환이었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이 지분 취득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MKT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의 본질은 성공적 수직계열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면서 "몰드회사는 타이어회사의 기술 정보를 갖게 되기 때문에 타이어회사들은 몰드회사로부터 안정적인 공급을 받으면서 영업비밀을 잘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거래처 다변화와 자회사 통한 기술 확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한국타이어는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M&A로 경영상 효율을 얻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MKT의 단가 테이블은 1999년부터 15년간 사용돼 불합리한 부분이 있어서 신단가 테이블을 적용하게 된 것"이라며 "고인치, 고난이도 몰드는 제작이 어렵고 복잡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 됐었다.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사적 친분을 이유로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에 채권회수조치 없이 MKT의 자금 50억원을 대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도 기소됐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타이어나 계열사 명의로 고급 외제차 5대를 구입 또는 리스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법인 소속 운전기사를 배우자의 전속 수행기사로 배치해 회사 자금으로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있다. 개인 주거지 이사비용 및 가구 구입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대납하는 등 2억7300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리한이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라는 특성 등을 고려해 리한에게 변제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배임으로 볼 수 없다"면서 "차량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맞지만 마케팅 등 회사 용도로도 사용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