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해빙무드' 속…바이든 "시진핑 독재자" 中 "정치 도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dictator)로 에둘러 지칭한 것을 두고 중국 정부가 "공개적인 정치 도발"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을 방문한 지 하루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중 관계 해빙 무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1일(이하 각 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시 주석을 독재자와 동일시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며 기본적인 사실과 외교적 예의를 엄중히 위배한 것"이라며 "중국의 정치적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며 "중국은 강한 불만과 반대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선거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시 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언은 지난 2월 미국 영공에서 미군에 의해 격추된 이른바 '중국 정찰 풍선' 사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정찰 풍선 사태 발생 당시 시 주석이 사건 경위를 몰라 매우 당황해했다며 "내가 스파이 장비로 가득한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 주석이 매우 화를 냈던 이유는 거기(미국 영공)에 그것(중국 정찰 풍선)이 있다는 사실을 (시 주석이)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건 독재자들에게 큰 당혹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직접적으로 '독재자'라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찰 풍선 사태 당시 시 주석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독재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시 주석을 사실상 '독재자'로 규정한 것이라고 주요 외신은 판단했다. AF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와 동일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21년 9월 시 주석과 1시간 30분가량의 전화 회담을 나눈 이후에도 시 주석을 '독재자'로 묘사해 논란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9월 11일 9·11 테러 20주년을 맞이해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틀 전(9일)에 가졌던 시 주석과의 통화와 푸틴 대통령과 대면 회담(2021년 6월)을 언급하며 "21세기에도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믿는 독재자들(autocrats)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푸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살인적 독재자'라고 규정하고, 러시아의 우방국인 중국에 대한 견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발언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 간 긴장이 완화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 친강 외교부장,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등을 만났다. 그는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미·중 정상 간 대면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몇 달 안에 그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