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운영하는 똑똑한 정수장, 전력·탄소 줄고 효율은 오르고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스마트 정수장 화성정수장 제어화면. AI(인공지능) 기반의 제어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자원공사

# 경기 화성 일대 생활용수와 평택 산업단지 일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화성정수장 제어실. 전면 모니터에 각종 수치가 포함된 제어화면이 뜬다. 화면에는 정수장 내 각종 설비 현황을 가득한데 정작 조작 과정은 조용하다. 정수장으로 물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내보낼 때까지 모든 공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AI(인공지능) 기반 제어 시스템이 사람의 업무를 대신한 때문이다.

정수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에너지원은 전기다.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부터 정수하고 물을 내보내는 모든 과정에 전기가 들어간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전체 전력량 중 93%가 수도시설에서 쓰인다. 안정적인 물을 공급하면서도 '2050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로 충당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2021년 1월 사업준공 인가를 받아 가동을 시작한 화성정수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술이 모여있는 스마트 정수장이다. 하루에 물 26만톤을 생산해 화성 주거지역에 22만톤, 평택 산업단지에 4만톤을 공급할 수 있는 이 정수장의 가장 큰 특징은 AI 기반 EMS(에너지관리시스템)를 통해 설비를 제어한다는 점이다.

AI는 빅데이터로 만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펌프압력과 유량, 각 저수조 수위, 전력량 등 감시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배수지 수요예측을 한 뒤 그에 맞춰 배수장 펌프를 제어한다. 기존의 정수장에선 각 배수지의 요청을 받아 수자원공사 직원이 직접 설비를 조절했다면 화성정수장에선 AI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사람은 비상이나 이상징후 발생 시에만 개입한다.

정수장 운영을 AI에 맡기면서 나오는 가장 큰 효과는 '효율'이다. 최적의 송수 펌프제어를 통해 전력량을 기존 정수장 대비 5% 줄이고 전력 소비에 따른 탄소 발생을 감소시킨 게 특징이다.


ICT(정보통신기술)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설의 예방 정비를 통해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정수 약품 투입 같은 공정까지 AI 기반 자율운영을 하면서 물 생산·공급 비용을 낮췄다는 게 수자원공사 측의 설명이다.

화성정수장 내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한 저수조.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연말까지 저수조를 덮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해 에너지 자립률을 올릴 계획이다. /사진= 김훈남 기자

화성정수장은 올해 말까지 정수장 유휴부지와 사무동 외벽, 정수지·침전지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방침이다. 정수와 취수, 송수에 들어가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함이다. 에너지 자립률을 130%로 끌어올려 화석연료에서 나온 전기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안정적인 물 공급을 하겠다는 목표다.

핵심 설비 외에도 화성정수장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채워져있다. 정수장에 들어오는 원수(原水)와 내보내는 물의 온도차를 활용한 수열에너지로 사무동 냉난방을 해결하는 게 대표적이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에 적용한 냉난방설비와 동일한 작동원리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AI를 통한 정수장 운영과 유지보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에너지 자립률과 탄소중립 달성률을 높여가고 있다"며 "향후 전국 43개 광역정수장을 화성정수장과 같은 스마트정수장으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전국 광역정수장의 노후설비교체·고효율화 작업을 통해 연간 2만9000톤(t),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연간 3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한편 수자원공사는 탄소중립 수돗물 생산과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확산하고 실현가능한 정책 발굴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상수도 정책 워크숍'을 운영 중이다. 이달 20일 대전 본사에서 열린 '제6회 상수도 정책 워크숍'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딥러닝 기반의 AI 활용 등 스마트 기술을 상수도 체계에 적용하는 방안을 주제로 지속가능한 미래 상수도 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전문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오갔다.

화성정수장 제어실.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제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