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주, 지금이 고점"…하락에 통 크게 베팅한 서학개미

서학개미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올해 미국 나스닥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의 호재에 31.73% 오르면서 '고점'이 왔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 증시 하락에 배팅하는 인버스ETF(상장지수펀드)를 매수하고 엔비디아, 애플 등 대형 기술주를 매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한 미국 주식 1위는 나스닥 지수가 하락할 때 3배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였다. 2위는 뉴욕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변동 폭을 3배만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 ETF'였다.


반면 매도 상위 미국 주식은 대형 기술주가 다수였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도한 주식 1위는 테슬라였다. 이어 2위 엔비디아, 3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변동 폭을 3배만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 7위 애플, 9위 마이크로소프트, 11위 알파벳 등이 뒤를 이었다.

미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도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는 1월 7억 631만달러(약 9242억원), 2월 1286만달러(약 168억원), 3월 1억 7983만달러(약 2353억원) 순매수세를 보였으나 4월부터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순매도세는 지난달까지 이어졌다.

국내 투자자의 대형 기술주 매도세는 '고점'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미 나스닥은 오픈AI(Open AI)의 챗 GPT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으로 지난 30일까지 31.73% 올랐다. 엔비디아(189.46%), 애플(49.29%), 마이크로소프트(42%), 알파벳(35.67%)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학개미의 시각과 다르게 증권가에선 미국 증시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에 대해 "폭락도 급등도 없는 완만한 상승을 기대한다"며 "상업용 부동산 문제처럼 이미 다 알려진 리스크는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의 발 빠른 대응으로 증시에 충격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봤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미국 증시가 계속해서 오를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관성이 있기에 내년 1~2월까지도 상승장이 이어질 수 있다"며 "위험 관리 차원에서 (하락에 베팅하는 ETF를) 조금씩 매수하는 건 괜찮지만 과하게 배팅하면 하락장이 찾아올 때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