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부터 '피벗'까지…세계 중앙은행들 '마이웨이' 돌입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7.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년여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주도한 공격적인 긴축 행보에 한몸처럼 움직였던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물가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유럽국가 등 선진국들은 긴축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반면 신흥국들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 봉쇄 정책과 미·중 갈등으로 경기가 침체하자 통화 완화 정책을 쓰며 경기 부양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좀처럼 인플레이션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는 주요 유럽 국가들은 긴축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영국과 노르웨이가 지난달 시장 예상을 깬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것)을 단행했다. 특히 영국은 2021년 12월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한 뒤 1년 반 동안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리 인상을 멈췄다 최근 다시 긴축 모드로 돌아선 나라도 있다.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2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던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12일 베이비스텝(한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을 밟으며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긴축 모드를 이어가는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여전히 5%를 넘는 등 물가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신흥국들의 상황은 다르다. 신흥국들은 그동안 가파르게 올려왔던 금리 인상을 멈추고 파급효과 등을 일단 지켜보는 모양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와 금융불안 위험 등을 감안한 결정이다.

실제 지난달 로이터가 표본으로 잡은 개발도상국 18개 중앙은행 중 13곳이 통화정책회의를 열었는데 이 중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11곳이 금리를 동결했다.

나아가 금리 인하에 나선 국가들도 있다. 중국은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자 지난달 기준금리격인 대출우대금리(LPR)을 10개월 만에 인하(0.1%p)했다. 전날 발표된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3%에 그치며 예상치(7.1%)를 하회하자 시장에선 중국이 연내 1~2차례 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2%로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브라질 역시 다음달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건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제는 연준 눈치를 볼 것 없이 각국의 경제 체력이나 물가상승 둔화 속도, 고용상황 등 국내 경제 상황에 집중할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한은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1년간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공통적으로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지만 올해는 국가별로 물가오름세와 경기 상황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교한 정책 대응이 중요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수준이 국가별로 차별화하면서 그간 동조화했던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며 "각국의 통화정책이 디커플링, 차별화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