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전경련 회장 "초심으로 돌아간다"...62년전으로 회귀이유는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류진 제39대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년도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취임사 하고 있다. 2023.08.22.

"1961년 창설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간다"

류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첫 취임 일성은 '초심'이었다. 자신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도 "(전경련이) 국가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결단한 것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정관을 개정해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꿨다. 공식적으로 한경협 명칭은 다음달 중으로 예상되는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의 정관개정 승인 직후부터 사용할 예정이다.

한경협은 1961년 전경련 창설 당시 사용했던 이름이다. 55년간 사용해 온 '전경련' 간판을 내린 전경련은 일단 조직의 이름과 사명을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을 통해 조직 전반을 '리셋(Reset)'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동안 복잡하게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부정적 인식은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이에 류 회장은 처음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초심' 카드를 써내든 것으로 보인다.

62년 전 한경협의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저서 '호암자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생전 단 한 번 '공직(公職)'을 맡은 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한경협 초대 회장이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계속된 혼란으로 경제활동은 위축됐고 고물가와 실업문제는 심각했다. 5.16 이후 정부는 정부와 경제계, 그리고 경제계 내부의 의견조정 기관으로 '한국경제인협회' 창립을 추진했고, 이 회장에게 초대 회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1961년 8월16일 창립총회를 연 한경협은 1962년에 시작된 혁명정부의 제1차 경제개발계획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인의 조직체로서, 경제계의 대정부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창립회원은 이 회장 외 부정축재로 구속됐던 12명의 경제인이었고, 이후 구인회(LG그룹 창업회장), 김종희(한화그룹 창업회장) 씨 등 7명을 추가해 20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20명을 더 영입해 회원수는 40명에 달했다.

당시 한경협 정관은 조직의 존재 목적을 '경제인 및 경제 각 부문 간의 연결을 도모하며, 주요 산업의 개발과 국제 경제교류를 촉진함으로써, 건전한 한국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현 정관의 뿌리가 되는 대목이다.

한경협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해 냈다. 이 회장은 "혁명정부는 경제재건에 대한 의욕이 앞선 나머지 때로는 조급하고 무리한 점이 없지 않았다"며 "그러나 경제인의 안목에서 합리적이며 효과적인 방안을 건의해 이해를 촉구했다"고 회고했다.

반드시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경제인의 대외경제 활동차 해외 출장 시 신속한 여행허가 및 외화여비 우선 할당 △차관도입 시 정부 지불보증 원칙 확립 △신규투자 시 세부사항은 기업가에게 전임 △차관사업 시 내자조달 지원 등을 당시 정부에 강력 건의했고,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당시 한경협은 기간산업의 건설이 우리 경제에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판단, 정유·제철·시멘트· 비료·나일론·합성수지·전자기기·케이블 등의 공장건설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울산공업단지 건설과 외자도입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경제 발전 신화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