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들 점심 먹으러 갔다가 골프채 잡았다…"영골퍼 돌아와요" 유혹

르꼬끄골프 팝업스토어 체험 행사장 모습/사진=르꼬끄골프

골프웨어 브랜드가 타코, 프렌치 레스토랑 등에서 이색 팝업 행사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시즌에 유입된 젊은 골퍼들이 이탈하면서 시장 규모가 축소되자 신규 골퍼 사로잡기에 나선 것이다.

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라운딩 성수기인 가을을 맞아 체험 형식의 팝업 행사를 여는 골프웨어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체험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고 신규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르꼬끄골프'는 지난달 11일부터 2주간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타코 레스토랑에서 무빙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르꼬끄골프는 올해부터 유명 식당 등 이색 공간을 찾아 팝업 행사를 열고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지난번 행사장도 용산구 한남동 소재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르꼬끄골프가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퍼팅 등 체험 공간이다. 같은 건물 지하에 있는 실내 골프연습장에 누구나 골프를 쳐볼 수 있도록 한 것. 단순 판매를 위한 전시용 공간이 아닌 골퍼와 비골퍼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행사장으로 꾸민 것이 핵심이다. 장타 대결을 겨누는 이벤트는 일대 회사원들이 직접 본인 클럽을 가져와 참여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지난 9월 LF가 국내에 공식 론칭한 랜덤골프클럽 역시 프리미엄 편집숍인 라움 웨스트에서 이색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골프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230㎡ 규모로 마련된 팝업 공간은 방문객이 퍼팅 연습과 숏 게임을 체험하고 독일식 제과 전문 브랜드의 상품을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골프를 치지 않는 이들도 방문해 골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같이 골프웨어 브랜드가 체험형 중심의 팝업 매장을 줄이어 여는 까닭은 최근 침체된 골프웨어 시장 분위기와도 연관돼 있다. 코로나 국면 시기 MZ세대가 필드로 유입되며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6조3000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테니스 등 다른 스포츠로 이탈한 젊은 골퍼들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또 올여름 긴 장마도 골프 인기 감소에 한 몫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골프웨어 매출 성장률은 백화점 3사 평균 2021년 52.2%, 2022년 43.1%에 달했다. 반면 올해 1~7월 3사 평균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만큼 오르는 데 그쳤다.

젊은 골퍼들이 사라지면서 이들을 겨냥했던 라이프스타일 골프웨어 브랜드들도 변화에 나섰다. 젊은 골퍼를 유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중심의 팝업 스토어를 열기 시작한 것.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는 사례도 있다. '말본골프'의 경우 지난달 말 글로벌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Budweiser)'와 협업한 한정판 컬렉션을 내놨다. 버드와이저를 소비하는 팬층에게 말본 골프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에서 팝업 행사를 시작한 것 자체가 젊은 골퍼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부터"라며 "골프웨어 브랜드가 식음료 등 다양한 장르의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 역시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