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수익, 현대차 시총 맞먹어"...野, '한국형 횡재세' 추진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08.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상생금융' 정책에 맞서 '한국형 횡재세' 도입 카드를 꺼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은행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둔 만큼 횡재세로 재원을 마련해 중소기업과 서민 등을 폭넓게 지원하자는 취지다. 최근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공매도 금지 등 여당발 이슈에 대응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에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원회 위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다는 상생금융은 사실상 '부자금융'"이라며 "취지와 다르게 생활고를 겪는 취약차주나 소상공인 등에는 별 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유사, 은행권 등 일부 업종이 역대급 실적을 누리고 있지만 민생경제는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는 이유"이라고 했다.

횡재세는 경영상 노력이 아닌 전쟁이나 기후 변화 등 외적 요인 덕분에 과다한 수익을 거둔 기업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에서도 지난해 석유회사들의 초과 이익에 대해 소비세 형태로 과세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횡재세 도입 논의가 이어진다. 지난해 IMF(국제통화기금) 역시 화석연료 추출로 인한 횡재 이익에 대해 영구적인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5대 은행의 이자수익은 사상 최고치인 36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반면 대출 원리금을 갚기 어려워 채무조정을 신청한 차주는 올해 3분기까지 벌써 13만명으로 지난해 전체 차주 수에 육박한다"고 했다. 이어 "(횡재세를 도입해) 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범국민적인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병덕 민주당 의원, 이성만·양경숙 무소속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횡재세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병덕 의원안은 초과 순이자수익의 일정 비율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고 서민금융 보완 계정에 대한 은행 출연요율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역시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제1당인 민주당이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국회 논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늦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지한 논의를 통해 횡재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성주 수석부의장도 "민주당이 횡재세를 공식적으로 다루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민주당에서는)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EU(유럽연합)의 연대기금 방식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우리가 고민하는 횡재세의 취지와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