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파두 괴담만 나와" 분노한 개미들…매출 쇼크에 주가 -60%

/사진=최헌정 디자인기자

"파두(파도) 파두(파도) 괴담만 나오네…"(파두 종목토론방 중)

올해 첫 조단위 공모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반도체 팹리스업체 파두가 휘청인다. 지난 8월 상장 이후 처음 내놓은 분기 매출이 고작 3억원에 그치면서 주가가 수직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상장을 지원한 주관사·거래소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고점 대비 -60%, 공모가보단 -40%…'분기 매출 3억 大魚' 파두13일 코스닥시장에서 파두 (17,190원 ▼410 -2.33%)는 전장 대비 70원(0.37%) 오른 1만904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실적 발표 이후 폭락한 파두는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1만원대 주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9월에 기록한 고점(4만7100원) 대비로는 약 60%, 공모가(3만1000원)보다는 40%가량 하락한 상태다.

상장 이후 첫 실적을 공개한 파두는 역대급 '어닝 쇼크'로 주가가 폭락했다. 파두는 지난 8일 장 마감 이후 올해 3분기 매출 3억여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 영업손실 14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당기 순손실은 143억원이다.


이후 알려진 올해 2분기 실적은 더 심각했다. 파두는 올해 2분기 매출 5900만원, 영업손실 152억7500만원, 순손실 152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이후 파두는 지난 9일 하한가를 찍었고, 이튿날에도 약 22% 빠졌다.

충격적인 분기 실적으로 주가가 추락하자 파두는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파두 측은 장 개장에 앞서 홈페이지에 "4분기에는 3분기보다는 회복된 실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을 미리 알고도 IPO를 강행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부인했다. 파두는 "올해 2분기에 기존 고객들의 발주가 취소됐으나 이는 단기적인 재고조정"이라며 "3분기부터는 다시 구매가 재개되고 여기에 신규 고객들이 제공했던 계획이 더해진다면 큰 문제 없이 3·4분기 실적이 달성되고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해명했다.
주관사·거래소 '책임론' vs "투자는 개인 책임"…파두의 운명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스1

문제는 파두가 기술성특례트랙으로 1조 몸값을 내세우며 상장했다는 점이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은 높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업체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다. 상장에 앞서 파두는 올해 예상 매출액 1203억원을 제시했지만,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4400만원에 불과했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에 1022억원 넘는 매출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이 와중에 기관투자자가 실적 발표 이전에 지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나며 '선행매매 의혹'까지 번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일 세쿼이아트리5호창업벤처전문사모투자 합자회사는 지난 8월 11일 6.92%에 달하던 파두 보유분을 지난 9일까지 4.06% 줄였다.

결국 투자자들의 원성은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으로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상장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거래소 역시 책임론에 휩싸였다. 최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비상장와 같은 IPO 대어가 흥행 부진을 겪으면서 냉각된 투심이 '파두 논란'으로 더 얼어붙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다만 발행사와 주관사가 밸류에이션을 높게 잡은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성장 기대감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한계상 태생적으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기술특례트랙으로 상장하는 바이오 업체를 비롯해 대부분 기업이 예상 연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거래소와 주관사 담당자들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밸류에이션에 투자자들이 설득된 셈"이라며 "투자는 결국 투자를 집행한 기관과 개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