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실업 김명자 회장, "품질·신뢰로 글로벌 주얼리 시장에서 두각..K 주얼리 르네상스 꿈꿔"

-보우실업 김명자 회장 인터뷰

"왜 한국산 주얼리는 글로벌 고급 백화점에서 판매되지 않을까? 이유가 뭘까"

김명자 회장/사진제공=보우실업

1985년 보우실업 김명자 회장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코리아 제품을 가지고 글로벌 주얼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명자 회장은 "결혼으로 경력이 단절된 지 8년 차이던 34살, 주얼리와 글로벌 비즈니스를 공부하거나 경험한 적이 없었지만, 한국인의 자존심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코리아 제품을 가지고 글로벌 주얼리 시장에 뛰어든 무모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회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도전정신과 영감을 준 사람은 미켈란젤로였다.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시스 2세의 강압으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렸고, 그 후 같은 성당의 벽화 '최후의 심판'을 그려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당시 모두가 그를 천재라고 부르자 미켈란젤로는 "내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안다면 절대로 나를 천재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재성 뒤에는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된 것인데, 김 회장 역시 이러한 미켈란젤로 등에 영감을 받아 주얼리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우직하게 공자의 말씀처럼 남이 한 번해서 능숙해지면 나는 100번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될 때까지 도전했던 김 회장의 끈질긴 집념과 열정이 현재의 보우실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회장은 해외 바이어와 거래가 되면 "한국에서도 이런 디자인과 품질이 가능하구나"라는 소리를 들으며 신뢰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품질, 신뢰, 자신감 이 세 가지가 보우실업을 지속가능 하게 한 원칙이기도 하다.

또한 20여년간 디자이너 역할도 같이 했던 김 회장은 다양한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 회사와 거래를 위해 프랑스에 가서 화가 모네 생가를 방문하고 색채감과 화풍 등도 공부했다. 김 회장은 "모네, 고흐 등 거장들의 색채감에 미쳐서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 글로벌 주얼리 전문가나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훗날 글라스 스톤 개발 역시 거울 끝을 보면 커팅이 돼 있는데 그걸 보고 영감을 얻어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네 제품은 모체인 유리(glass)를 천연 보석 컬러로 만들고 천연보석처럼 핸드 커팅을 했다. 크리스털 스톤은 기계로 커팅하여 크기와 모양이 한계가 있었으며 기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보다 가격이 약 10분의 1정도라 히트를 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글라스 스톤 자재와 기술력에 대한 호평으로 해외 바이어가 보우실업으로 몰려들었다.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할 수 있었지만 고민하다 K 주얼리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독점이 아닌 공유를 선택했다. 김 회장은 "직원들이 기술 공유에 대해 극구 반대했지만 보우실업은 이미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처가 확보된 만큼 기술력을 공유하여 한국 패션 주얼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령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고 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회장은 지난 2001년 모범기업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여성경제인의 날을 맞아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바 있다. 보우실업은 현재 최고 품질의 주얼리를 만들기 위해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25개국의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다. 보우실업은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전문으로 하다보니 모네, 마크 제이콥스, 케이트 스페이드, 랄프 로렌, 지방시 등 유명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0년간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만들면서 자체 브랜드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다. '리타 모니카'를 론칭한 만큼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며 "전 세계에 40개 넘는 브랜드를 30년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자부한다. 향후 목표는 이러한 제품들을 기증해 멋진 전시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 전시하고 싶다.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됐듯이 21세기의 르네상스는 한국에서 일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꿈을 꾸고 안고 살아야 한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멋져'라고 말한다. 70세 나이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으며 K 주얼리 르네상스를 꿈꿔본다며 꿈을 이루든 못 이루든 살아 있는 동안은 끊임없이 꿈꾸며 도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