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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입법 독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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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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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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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모든 사회 구성원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각자의 행복한 삶을 자유롭게 영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이를 위해 민주주의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의 지배'(rule of law)와 '소수자 보호'라는 2가지 원칙을 그 기둥으로 삼는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사회 구성원의 합의는 변하기 때문에 법의 지배와 소수자 보호의 구체적인 내용은 숙의과정을 통해 발견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대표적 방식은 다수결이다. 그렇다고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다. 그 사회적 효용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다수의 폭정'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다리 타기'나 '뽑기'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다수와 소수의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모두가 그 결과를 대체로 받아들인다면 그 또한 민주적 의사결정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연장자순'도 꼰대문화를 거부하는 요즘의 시대정신에는 안 맞겠지만 여전히 우리가 종종 활용하는 의사결정 방식이다.

정당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당이 어떤 법안을 머릿수로 밀어붙여놓고는 "우리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했으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너희가 다음 선거에서 이겨라"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4년 전 거대정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폭주가 그렇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최근 위헌결정이 내려진) 대북전단금지법,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 등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사회적·정치적 숙의 없이 법안을 단독 강행처리해왔다. 이는 '법의 지배'를 가장한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다.

물론 민주당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길지 않은 우리 정당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더 험한 흑역사도 있기 때문이다. 덕치(rule of virtue)를 최상위 통치방식으로 본 공자가 "신상필벌의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법치"를 주장한 법가사상을 하수로 본 이유는 그것을 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로 봤기 때문이었으리라. 문득 궁금해진다. 법의 지배와 법에 의한 지배를 구분할 수 있는 선량(選良)이 몇이나 될까.

법에 의한 지배는 입법만능주의, 의회독재, 입법독재로 치달을 수 있다. 히틀러, 스탈린, 김일성 등 개인만 독재하는 게 아니다. 입법부라는 추상적 제도도 다수의 폭정의 매개가 될 수 있다. 물론 20세기 대표적 독재자들은 하나같이 의회를 앞세워 자신의 독재를 합리화·합법화했다.

2024년 4월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때 여야 가릴 것 없이 혁신위원회 파행, 사법리스크 방탄, 탄핵안 남발, 신당창당 논란 등 답답하고 어지러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그 근본원인은 다수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행 선거 민주주의의 한계를 오남용해온 한국 정당 민주주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있다. 이 갈래길에서 또다시 찾아온 선거에 희망을 거는 것은 또 한 번의 사치일까. 금배지로 수놓은 입법독재의 길을 민주주의 길로 돌려놓는 것은 아무래도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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