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안에 세번째 수장맞는 산업부 "올것이 왔지만…"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2.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안덕근 현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명하면서 취임 3개월만에 방문규 장관이 교체된다.

이번 정부 첫 장관인 이창양 전 장관부터 안 후보자까지 반년새 3명의 수장을 모시게 된 산업부 내부는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이면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2024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곤 하나 수장 교체기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고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후 방문규 산업부장관 후임으로 안 후보자를 지명했다. 올해 9월20일 취임한 방 장관은 만 3개월만에 물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의 요구에 따라 경기 수원지역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올해초부터 '장관교체 1순위' 부처에 줄곧 오르내렸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각 가정에 인상된 가스요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던 '난방비 폭탄' 대란 책임론으로 한해를 시작했다.

이어진 전기·가스 요금 인상 정국서도 대통령실·여당 등과 원활한 소통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름철을 앞두고 이창양 전 장관의 후임에 대한 검증이 들어갔다는 소식은 관가에서도 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몇차례 소문과 진통 끝에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방문규 장관이 두번째 산업부 수장에 임명됐다. 산업부에 대한 카르텔 깨기와 문책성 메시지를 담기 위해 '산업부 OB(올드보이)' 출신은 배제한다는 해석대로다. 방 장관은 올해 국정감사를 앞둔 9월 하순 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취임 3개월차인 방 장관의 교체설이 본격적으로 흘러 나온 것은 지난달 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불발 후 정부에서 엑스포 유치전을 이끌던 산업부와 외교부에 대한 문책론과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쇄신 및 인재영입이 본격화된 시기다. 방 장관에 대해선 산업부 장관으로서의 책임론과 수원 출신 장관급 인재라는 총선 차출론이 동시에 나왔다.

방 장관도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의 총선 출마 권유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출마여부에 대해선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최근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방 장관이 아니라 안 후보자가 수행하면서 '3개월 장관 교체론'에 무게가 더해졌다고 한다.

산업부 직원 A씨는 "방 장관 임기가 너무 짧긴 하지만 총선 차출론이 나온 지는 오래된 만큼 깜짝 인사로 받아들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에 나간다면 산업부에선 이미 떠난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냐"며 "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와 장관 교체기 혼란 최소화 등에 힘써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다른 직원 B씨는 "산업부가 말이 아니게 됐다"며 심난한 심경을 전했다. B씨는 "총선에 불려나간다곤 하나 또 인사청문회를 치르고 조직을 개편해야하는 업무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후임자인 안 후보자에 대해선 "지난 1년반동안 통상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통상뿐만 아니라 산업·에너지 이슈도 많이 다뤄본 인물"이라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반응들이 나왔다.

안 후보자의 업무 기간 동안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EU(유럽연합) 배터리·핵심원자재법 등 산업계 통상이슈가 많았던 만큼 산업과 에너지, 통상 등 산업부 업무분야 적응이 수월할 것이란 평가다.

교수 시절 균형감 있는 통상 전문가로 이름이 높았던 데다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산업부 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점도 안 본부장에 대한 우려를 덜어준다는 설명이다.

B씨는 "안 후보자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내부 직원에 두루 좋은 평가를 얻은 상사"라며 "최근 통상 이슈가 산업이나 에너지 등과 뗄 수 없는 만큼 장관 업무 적응에도 빠를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