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기촉법 부활한다..'워크아웃' 1호 태영건설 되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평화 기자

지난 10월 일몰된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 이르면 이달말에 부활한다. 경기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 가운데 부활한 기촉법 적용 1호 기업은 태영건설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은 다양한 방법으로 현금확보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2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15일 일몰된 기촉법이 이르면 다음주 재가동할 전망이다. 기촉법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상화를 돕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의 근거 법이다. 한시법으로 만들어져 10월 중 일몰됐기 때문에 지난 2~3개월 간 기촉법 공백이 생겼다. 지난 8일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 간신히 부활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기촉법을 공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촉법이 공포되면 즉시 시행된다. 다만 시행령은 일정 기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법 시행과는 시차를 두고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부활한 기촉법 적용 1호로 태영건설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PF 사업장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워크아웃은 채권은행 주도로 진행되며 대출 만기연장, 자금지원 등이 가능해져 자금난을 겪고 있는 태영건설의 몇 안되는 선택지 중 하나로 꼽혀왔다. 다만 기촉법이 일몰돼 그간 워크아웃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국기업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금융권 채무는 지난 9월말 기준 PF 대출 5520억원을 포함해 2조1000억원에 달한다. PF 대출과 PF 보증만을 합치면 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채권은행은 한국산업은행으로 단기차입금 710억원, 장기차입금 1291억원 등 총 2001억원을 대출해 줬다.

금융회사 채권 뿐 아니라 시행사에 보증한 보증액 기준으로는 10조원 수준에 이른다.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을 제외하고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업장에 대한 보증만을 워크아웃 대상에 넣으면 전체 채무액을 줄여 워크아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행령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기촉법상 워크아웃 신청은 가능하다. 다만 금융권 채권의 75% 동의를 받아야 워크아웃이 가동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이 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은 신청하다고 해도 곧바로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며 "그동안 채권은행 등에서 자구안이나 현금확보 노력 등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워크아웃 가동을 위한 충분한 자기책임, 부담원칙을 보여줘야만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워크아웃이 아닌 기업 도산법상의 법정관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태영건설 관계자는 "다양한 방면으로 유동성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확보한 현금이 얼마나돼냐가 앞으로 어느정도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현금화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평은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A-로 유지하되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지자체 사업 등을 제외하고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PF 우발채무 규모를 약 1조원으로 봤다. 이 가운데 1900억원의 만기가 이달부터 내년 2월 사이에 도래한다. 한기평은 "올해 말 태영건설 보유 현금성 자산은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월별 회수 예정인 공사대금 등을 감안할 경우 단기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