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노동법 위반으로 감옥행? 무슨 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노동법 위반 사건으로 징역 6개월과 벌금 5000BDT를 선고받은 후 법원 앞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방글라데시 법원이 노동법 위반 혐의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에게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5선 연임에 도전하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라이벌을 향한 정치 보복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의 노동법원은 직원들에게 일부 휴가 및 복지적립금,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유누스와 그라민텔레콤 임원 3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유누스와 임원들은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한 달의 보석을 허가받아 이 기간 동안 항소할 계획이다.


그라민텔레콤은 유누스가 1990년대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방글라데시 최대 통신사인 그라민폰의 지분 34.2%를 소유하고 있고 노르웨이 텔레노르의 계열사다. 83세의 유누스는 1980년대 당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방글라데시에서 그라민 은행을 통해 소액 금융을 발전시킨 후 빈곤 퇴치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2008년 셰이크 하시나 와제드 총리의 아와미 연맹이 집권한 후 유누스를 상대로 제기된 약 150건의 소송 중 하나다. 아그네스 칼라마드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방글라데시 당국이 자유를 약화시키고 비판자들을 불도저로 밀어붙여 굴복시킨 방글라데시의 인권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발언했다.

이번 판결은 특히 하시나 총리가 5선 연임에 도전하는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내려졌다. 반대파를 누르기 위한 하리나 총리 측의 조직적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유누스는 오랫동안 하시나 총리와 대립해왔꼬 2007년에는 경쟁 정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지난 31일 방글라데시 현지 경찰은 현재 선거 레이스에서 탈락한 주요 야당 당원 수천 명을 체포했다.


유누스는 판결 후 성명을 통해 "모든 법적 선례와 논리에 위배된다"며 "우리가 하지도 않은 일로 처벌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저는 방글라데시 국민과 소셜 비즈니스 운동에 최선을 다해 계속 봉사하겠다"며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불의에 반대하고, 모든 국민을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시나 총리는 그동안 수차례 유누스를 공개적으로 공격했다. 2011년엔 유누스가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비난했고 2022년에는 유누스가 파드마 교량 프로젝트에 대한 세계은행의 자금 지원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유누스는 교량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동결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방글라데시 규제 당국은 그라민텔레콤에 대한 별도의 반부패 조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