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없애고도 ISA 활성화 가능? "과감한 세제혜택 제공해야"

정부가 국민 자산 증식을 돕기 위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비과세 한도 확대나 세액공제 신설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폐지로 ISA 가입 유인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보다 과감한 혜택을 제공한다면 자산 증식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ISA 총 가입자는 488만5121명, 총 투자금액은 23조1643억원으로 올 들어 각각 5.5%, 24.4% 증가했다. 2016년 도입된 ISA는 2021년 투자 기능을 강화한 투자중개형 ISA의 신설로 가입자가 급증했으나 2022년 이후 현재까지 다시 정체 국면에 있다.


투자금액은 꾸준한 증가세지만 1인당 투자금액은 여전히 저조하다. ISA는 유형별로 △투자자별 맞춤형 상품을 선택하는 신탁형 △전문가에게 투자를 일임하는 일임형 △가입자가 주식 등 투자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중개형 등으로 나뉜다. 가입자수는 중개형이 383만3502명으로 가장 많은데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238만원이다. 자산 증식을 목적으로 한다기에는 적은 액수다. 대다수가 증권사 계좌 개설 이벤트 등으로 유입된 유령계좌라는 의미다.

ISA가 활성화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가입 유인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정부는 2016년 ISA를 도입하면서 계좌 내 순이익의 200만원까지 비과세(서민·농어민은 400만원), 비과세 한도 초과분에는 9%(이하 지방세 제외)의 세율로 저율과세하는 등 여러 혜택을 제공했다.

일반계좌로 투자할 경우 이자·배당 소득세가 14%이고 2000만원 초과분은 종합소득에 합산 과세되는데 이에 비하면 상당한 혜택이었다. 하지만 당시 저금리 기조하에선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적었고 수익이 나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2023년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2021년 도입된 중개형은 보다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됐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 20~25%의 세율로 과세하는 것인데 중개형으로 투자할 경우 이를 전액 비과세로 적용하기로 했다.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손익통산도 광범위하게 허용했다.

과감한 혜택 덕분에 월 10만~30만명 수준이던 중개형 신규 가입자는 2022년1월 73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발에 금투세 시행이 2025년으로 유예되면서 신규 가입자수는 점차 줄었다. 중개형이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한 만큼 금투세가 실제로 폐지되면 중개형의 가입 유인은 더 떨어지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를 통해 금투세를 폐지하고 ISA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를 폐지하고서도 ISA가 활성화하려면 보다 강한 세제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투세가 폐지되면 ISA의 가입 유인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행 비과세 한도인 200만원을 400만~500만원 이상으로 높이거나 IRP(개인형 퇴직연금) 처럼 세액공제를 적용해 수익이 나지 않아도 납입하는 것만으로도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ISA에는 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고 만기가 된 ISA를 IRP로 전환하는 경우에만 연간 3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만약 ISA에도 세액공제가 적용되면 가입자들은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IRP의 경우 연간 900만원 한도로 15% 세액공제를 적용해 연말정산에서 약 15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ISA는 다양한 세제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장기투자한다면 자산 증식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 현 수준의 혜택으로도 일반계좌로 투자하는 것 대비 상당한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세전소득 900만원을 매년 적립할 경우 40년 후 인출가능금액은 일반계좌가 4억9111만원인데 반해 ISA는 5억5903만원으로 약 68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가입기간이 길면 길수록 차이는 더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