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 글로벌 에너지 '거물들의 동창회' 간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글로벌 에너지업계 거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콘퍼런스에 데뷔한다. 태양광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풍력 등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그룹의 수장으로서 엑손모빌과 쉐브론, 아람코 등의 최고경영진들과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다음 달 18~22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S&P글로벌이 주최하는 연례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에 연사로 참가한다. 김 부회장이 세라위크 연사로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라위크는 전 세계 에너지·모빌리티·금융 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관련 정책 결정자들이 모여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 소통하는 행사다. '에너지 거물의 동창회', '에너지산업의 다보스 포럼' 등으로 통한다. 올해도 대런 우즈 엑슨모빌 회장, 마이크 워스 쉐브론 이사회 의장,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사장, 와엘 사완 쉘 CEO, 존 포데스타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 카드리 심슨 유럽연합(EU) 집행위 에너지 정책 담당위원 등 세계 에너지 산업을 주도하는 인물들이 참석한다.

김 부회장은 이들 앞에서 신재생에너지와 발전 관련 주제로 발표한다.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에너지 사업 현황과 비전도 발표 내용에 녹일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과 함께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대표와 김형석 한화오션 미래제품전략실장도 각각 신재생에너지와 기술 부문 발표를 맡는다.

김 부회장의 세라위크 데뷔는 '네트워킹'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을 움직이는 인사가 행사장 안보다 밖에서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세라위크의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러·우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뚫고 올라간 2022년 3월 세라위크에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위 관리들이 미국 셰일업계 주요 임원들과 행사장 밖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하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업계는 올해 특히 미국의 거물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은 러·우 전쟁 탓에 유럽으로의 러시아 가스공급이 끊기자 지난해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고, 이미 체결된 계약만으로도 6년 뒤 LNG 수출은 지금보다 2배 늘어난다. 셰일 채굴 증가 덕에 미국이 수요를 감당할 여력도 충분하다. 유럽 등으로 LNG를 실어나를 선박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어 한화오션을 산하에 둔 그룹으로선 미국을 겨냥한 영업 보폭을 넓혀야 한다. 또 한화그룹은 미국에서 LNG를 수입해 국내 복합화력발전소에 공급한다. 미국에서 LNG를 확보한 후 유럽에 공급하는 모델도 검토 중이다.

태양광 사업도 미국과 소통하는 게 관건이다. 미국은 올해 추가할 신규 전력의 60% 가량을 태양광에서 충당할 예정인데 한화솔루션이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가 연내 완공된다. 이를 통해 한화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태양광 밸류체인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이 된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미국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미래전략 회의를 열기도 했다. (☞본지 2023년 11월 3일 보도 참고: [단독]김동관 한화 부회장, 사장단과 미국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그룹이 추진중인 사업 상당수가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매년 참석하던 다보스 포럼에 더해 '에너지산업의 다보스 포럼'에 데뷔를 하는 것"이라며 "사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글로벌 활동 영역도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