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된 경선 압승…'트럼프 2.0'은 현실이 될까?

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9부 능선을 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15개 지역에서 당 경선이 동시에 치러진 '슈퍼 화요일' 5일(현지시간) 그는 패한 곳도 있었지만 예상대로 압승했다. 16개 지역에서 경선을 치른 민주당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큰 승리를 거뒀다. 계산상 다음 주인 12일, 혹은 19일에 전·현직 대통령은 당의 공식 후보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후보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 선거 캠프에서 경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2024. 2. 25 /AFPBBNews=뉴스1

미국인은 왜 트럼프를 지지하나…MAGA 아닌 이유근래 미국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지지율에서 꾸준히 앞서고 있다.(최근 조사는 평균 2%포인트 차이) '스트롱맨' 트럼프가 열성 지지층의 지지를 확보한 전략은 미국 국익이 모든 것에 최우선한다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캠페인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의 '미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인들은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대통령의 연임을 항상 지지해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라크전을 벌였던 조지 W부시 대통령의 연임을 지지했고, 성추문 의심을 받은 빌 클린턴도 재선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즈(NYT) 칼럼니스트 찰스 M블로우는 "미국인은 대통령이 재임 중일 때보다 전직 대통령을 평가할 때 더 자비로운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직 대통령은 정책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비전만 제시하는 도전자와 싸워야 해 구조적인 약점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1월 2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롬비아의 주 박람회장에서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 최초의 국민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 이민자 정책 문제, 끝나지 않는 중동 전쟁 등 외교정책 관련한 비판 등 선거전에 악재들이 쌓인 상황이다. 미국 경제는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으나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살기가 팍팍해졌다고 지적한다. 바이든 정부의 유화적인 국경 정책에 대한 불만도 높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국경 문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71%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통제 강화를 검토하는 등 반이민 정서가 팽배한 유권자 달래기에 나선 이유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친 것도 역풍을 맞고 있다. 이날 경선에선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아랍계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무효표가 속출하면서 본선 경쟁력에 의구심이 커진다.

고령 리스크는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 없는 노인' 등으로 묘사한 특검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에 불을 댕겼다. WSJ 조사에서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기엔 "너무 늙었다"는 응답은 73%에 달했다. 4살 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응답은 52%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출마 자격은 확보했지만 법원 문제 남았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민사재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출석했다. 2023.10.04 /로이터=뉴스1

트럼프의 재선까지 길에는 법적인 문제도 아직 남았다. 최근 승소로 대선 출마 자격 논란은 넘겼지만 트럼프는 앞서 대선불복 및 의회난동을 포함한 4개 사건, 91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블룸버그 여론조사에선 11월 대선 결과를 판가름할 경합주 7곳 유권자 중 5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는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경합주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여기에 성추행 피해자에게 천억원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민사소송 결과가 나왔고, 지난달에는 사업가 시절 자산을 부풀린 혐의로 뉴욕주에서 6000억원 안팎의 벌금까지 선고받았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중에 더해진 악재다. 재판에 따른 변호사비도 더 필요하다. 5일 뉴욕타임스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를 만났다고 보도했는데, 후원금을 얻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편 동맹을 비롯해 여러 나라는 그의 재선 가능성을 두고 긴장하고 있다. 과거형이었던 트럼프의 돌출성은 동맹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미 재소환됐다. 지난달 10일 그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동맹국들은 돈을 더 내야 한다"며 "(분담금을 높이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러시아)에 어떤 일이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내뱉어 큰 파장을 만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