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EPL 통산 120호골에도 세리머니 안했는데... 토트넘 동료들 싸움 '충격'→결국 4연패 자멸

경기 전 손흥민. /사진=토트넘 SNS

리버풀전에 집중하는 손흥민(왼쪽에서 두 번째). /AFPBBNews=뉴스1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은 크게 벌어진 점수차에도 어떻게든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골 세리머니까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토트넘 동료들은 경기 중 언쟁을 벌이며 충돌했다. 결국 토트넘도 자멸하며 4연패 늪에 빠졌다.

토트넘은 6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리버풀과 원정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충격의 4연패를 당했다. 지난 달 13일 뉴캐슬전을 시작으로 아스널, 첼시, 리버풀을 만나 모두 패했다. 죽음의 일정에서 살아나지 못해 4위 진입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 리그 5위 토트넘은 18승6무11패(승점 60)를 기록 중이다. 4위 위 아스톤빌라(20승7무9패·승점 67)가 토트넘보다 한 경기 더 치렀으나 크게 앞서 있다.


앞으로 토트넘은 번리, 맨체스터시티, 셰필드유나이티드를 만난다. '끝판왕' 맨시티 일정까지 껴있어 더욱 막막한 상황이다.

손흥민도 리버풀전에서 대기록을 연거푸 세우고도 웃지 못했다. 먼저 손흥민은 EPL 개인 통산 300번째 경기에 출전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던 손흥민은 지난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첫 시즌 적응기를 제외한 매 시즌 팀의 주축으로 뛰었고, 이번 리버풀전을 통해 300경기 출전 고지를 밟았다. 손흥민은 득점에도 성공했다. EPL 개인 통산 120호골을 기록해 '리버풀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현 알 이티파크 감독)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제 손흥민은 로멜루 루카쿠(현 AS로마)의 121골에 도전한다. 또 리버풀전 5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리버풀 킬러'다운 모습도 보였다.

올 시즌 손흥민은 리그 32경기에 출전해 17골 9도움을 기록 중이다. 리그 득점 선두 엘링 홀란(맨시티)이 25골로 치고 나가, 득점왕 등극이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에 소속팀 결장 기간이 꽤 길었는데도 골폭풍을 몰아쳐 위력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어시스트 1개만 추가하면 개인 통산 3번째 10-10 클럽 기록도 세울 수 있다.


이날 토트넘의 경기력은 처참했다. 한때 0-4로 끌려갔다. 전반 16분부터 상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전반 추가시간 앤디 로버트슨, 후반 5분 코디 각포, 후반 14분 하비 엘리엇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토트넘이 따라붙기 시작한 건 후반 중반부터였다. 교체로 들어간 브라질 공격수 히샬리송이 후반 27분 만회골을 뽑아냈다.

득점을 올린 손흥민(가운데). /AFPBBNews=뉴스1

손흥민(오른쪽)의 득점 장면. /AFPBBNews=뉴스1

손흥민도 제 역할을 해냈다. 전반 최전방 공격수로 뛸 때는 공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히샬리송이 투입된 뒤 손흥민은 왼쪽 윙어로 포지션을 옮겼다. 움직이 좋아졌고 골까지 터뜨렸다. 후반 32분 손흥민은 히샬리송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에 성공했는데도 손흥민은 별 다른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하프라인으로 돌아가며 오른손을 불끈 쥔 것이 전부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따라가보겠다는 추격의 의지였다. 캡틴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그라운드 안에서 충돌하는 등 완전히 무너졌다. 전반 종료 휘슬리 울린 뒤 토트넘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에메르송 로얄은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잡혔다. 동료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고 서로의 호흡이 상당히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토트넘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이 둘을 말릴 정도였다. 영국 코트오프사이드는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비카리오 골키퍼가 말다툼을 벌이는 토트넘 동료들을 말렸다"고 전했다.

경기가 안 풀리는지 아쉬워하는 히샬리송(가운데). /AFPBBNews=뉴스1

고개를 숙인 토트넘 선수단. /AFPBBNews=뉴스1

이날 손흥민은 팀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것을 비롯해 슈팅 2회, 키패스 2회, 패스성공률 87%를 기록했다. 드리블 돌파도 5회나 성공했다. 유럽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토트넘 선수 중 가장 높은 평점 7.87을 주었다. 또 다른 통계매체 풋몹의 평점도 7.9로 높았다. 영국 축구전문 90MIN는 손흥민의 활약상에 대해 "토트넘 선발 공격진 중 단연 가장 활발히 움직이 선수였다. 그 노력에 걸맞게 후반에는 골까지 넣었다"고 칭찬했다. 이와 함께 좋은 평점 7을 부여했다. 그야말로 캡틴 손흥민의 고군분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