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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공화국의 국민, 민주공화국의 의사 [광화문]

머니투데이
  • 양영권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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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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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은 단순히 권력 세습을 부정하는 의미에 국한하지 않는다. 왕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공화국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사익보다는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미덕과 공익, 공공선을 중시하는 공화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이 능동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해 개인이 자유와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게 민주공화정이다.

우리 헌법에는 사익을 추구하면서 그 부담을 사회 전체에 지우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게 그것이다.


의대 증원을 놓고 벌어지는 혼란은 단순히 의정갈등이라는 단어로 담아내기엔 그 의미가 너무 크다. 이런 헌법의 정신이 작동하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다.

법원은 의대교수와 대학병원 전공의, 의대생들이 낸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항고심에서 기각·각하했는데, 재판부는 사익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지만 공공선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정문을 보자면 법원은 의대 정원이 2000명 늘 경우 의대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을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정원이 갑자기 늘어 현재의 의대생들은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권익도 경시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법원이 정부 결정을 존중한 것은 의대 증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이 무산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불이익은, 의대 증원이 이뤄졌을 때 의대생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봤다. 의사 수급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가 어려움에 처해 있고 이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는 국민의 건강은 물론 지방소멸 등 사회적 문제와 직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대 증원은 지난 정부에서도 추진됐듯 정파를 가리지 않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명분(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 따위)도 있고 대의(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큰 도리)도 있다.

의사 업계는 오히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추진으로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해 ) 의료 대란이 심화하고 필수의료·지역의료가 붕괴돼 국민 전체의 공익을 해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스스로 공익과 공공선을 해치는 장본인이라고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의사들이 병원을 벗어나는 행위는 그들의 자유의 범위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공화국의 시민에게 요구되는 덕성과는 거리가 있다. 법원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의사의 파업 등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의사단체를 대표하는 이는 법원의 결정은 재판장의 사익추구(정부가 대법관 자리로 회유)가 개입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내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어기제로 읽힌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그런 결론을 이끈 논리를 지적하는 대신 사람을 비난할 경우 건전한 토론은 불가능하다.

의사들이 직역의 권익을 수호하려는 노력은 보장돼야 하지만 의대 증원을 하지 않고도 공공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다른 법정 다툼에서 원하는 결론을 받아내는 것도, 여론의 힘을 얻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 '의사공화국의 국민'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의사'여야 함은 자명하다.
의사공화국의 국민, 민주공화국의 의사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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