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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두드리면 열린다

공장혁신시리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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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연구소에서 도장공장(塗裝, paint shop)으로 발령을 받은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몇 달간을 열심히 일했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낙 다양한 불량 요소가 있었다. 불량의 종류는 먼지, 흐름(칠이 흐른 것을 의미), 크레이터링(cratering), 얼룩, 요철 등 다양했고 그 중에서 먼지의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또 먼지의 종류가 많았다. 단순한 먼지, 옷에서 나온 먼지(fiber), 머리카락, 칠먼지 심지어 날파리도 먼지로 보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저 문제가 튀어 나오고, 저 문제를 해결했다 싶으면 새로운 문제가 등장해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도장공장에 근무한 사람들은 다양하고 고질적인 문제에 내성(耐性)이 생겨 그런 것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그런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동시에 스스로를 합리화하는데 능했다. 대강 이런 식이다. "원래 도장공장이란 게 관리하기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하면 나쁜 편은 아니지요." 괜히 쓸데없이 애쓰지 말고 자족하면서 살자는 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분명 해결책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득 세계 최고의 공장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해졌고 사람들에게 일류 공장의 관리방법을 물었으나 속 시원히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런 공장을 방문하고 싶어졌다. 당시 우리 공장에 납품하는 일본 회사가 도요타와 선이 닿아 있어 공장 방문을 주선할 수 있다고 하여 그를 만났다. 하지만 어느 회사이건 도장공장은 방문이 힘들다는 얘기만을 했다.

내가 하도 강하게 요구를 하자 그는 대안을 제시했다. 청소용역업체 사장을 통해 청소하는 사람으로 위장하여 공장에 잠입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그렇게라도 하겠냐는 것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며칠 후 일본에 가서 용역업체 사장과 만나 작전을 짰다. 공장이 5시에 가동을 멈추고 한 시간 동안 청소를 하는데 그 때 같이 들어가 공장을 보고 나오라는 것이다. 대신 한 마디도 하지 말고 일본사람 흉내를 내라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도장공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 것도 질문할 수 없으니 눈으로 보고 느끼는 방법 밖에 없었다.

실망스런 부분과 희망이 섞여 있었다. 전체적으로 설비가 첨단의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깨끗하단 느낌도 들지 않았다. 설비와 청결은 우리가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반면 벽에 붙어있는 온갖 도표는 그들이 눈에 보이는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하는지를 알려 주었다. 개인별, 공정별, 도료별로 온갖 데이터가 벽을 도배하고 있었다.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어느 공정이 문제이고 어느 도료가 불량률이 높은지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내가 도요타 공장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겨우 30분에 불과했지만 견학 후 공장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당시 우리 공장은 개인별, 공정별 관리가 너무 허술했다. 중간 품질은 도외시하고 최종 품질만을 갖고 고민했다. 그저 열심히 하자는 얘기만 했지 누가 잘 하고 있고 못하고 있는지, 공정별로 뭐가 문제인지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도요타에서 배운 관리방법을 이용해 나는 불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큰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잘한 문제들의 복합체였던 것이다. 개인의 문제, 설비의 문제, 공정별 문제, 도료의 문제가 엉키고 섞여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로 둔갑을 한 것이었다. 막상 큰 문제가 해결되자 자잘한 문제들은 쉽게 해결이 되었고 너무 싱겁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몇 년간 그렇게 우리를 괴롭혔고 도저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만성적인 문제가 이렇게 풀리다니…

두드리면 열린다. 열리지 않는 이유는 두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집중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문제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 머리 속은 온통 도장 공장의 불량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친구들과 만나도 그 얘기, 집에서도 그 얘기만을 했다. 모든 에너지가 불량문제에 집중이 되어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내 이전에도 도요타 공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꽤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기 때문에 그런 관리 방법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문제점을 명확히 하고, 거기에 레이저처럼 생각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거기에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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