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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영화속의 성공학]스무 번째 글..영화 '뉴욕 스토리' 中 '인생 수업'

영화속의 성공학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05.11.20 09:22|조회 : 20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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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 속 이야기는 물론 현실속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기엔 세상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온갖 일들이 오롯이 녹아있지요. 이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모습속에서 참된 삶과 진정한 성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고자 합니다.
# 1.

어릴 적 삼촌이 찾아오면 무척 신났었다. 삼촌의 손엔 늘 과자종합선물세트가 들려 있었다. 사탕이며 비스켓이며 온갖 과자가 상자 가득 들어 있었다. 그걸 양 손에 들고 동네를 뛰어 다니며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영화에도 그런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들이 있다. 대단한 감독 여럿이서 옴니버스 형태로 만드는 영화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 가운데서도 1989년작 '뉴욕 스토리'는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우선 영화에 참여한 감독들의 면모부터가 대단하다.

마틴 스코시지가 '인생 수업'(Life Lessons)”,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조없는 삶이란'(Life Without Zoe), 우디 알렌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Wrecks)라는 단편영화을 각각 만들었다. 세 감독 모두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모두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다른 사람들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세 편 모두 재미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단연 '인생 수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먼저 음악부터가 끝내준다.

밥 딜런의 록 음악은 물론이고, 메인 테마로 쓰인 '프로콜 하룸'의 'A Whiter Shade of Pale’은 정말 좋다.

이 곡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데이빗 렌츠가 연주하기도 했는데, 깔끔하긴 해도 확실히 원곡의 끈적한 분위기에 비하면 맛이 조금은 떨어지는 것 같다.

멋진 음악들이 마틴 스코시지의 멋진 영상과 잘 어우러진다. 음악은 주인공인 추상화가 라이오닐 더비(닉 놀테 분)가 그림을 그릴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화가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고민이 음악과 함께 화면에 멋지게 어우러진다. 그 누가 그림그리는 장면을 이토록 멋지게 찍을 수 있을까.

# 2.

아!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본 코너는 영화 그 자체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코너가 아니다. 편집자주에 써 놓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자. 영화의 제목이 왜 '인생수업'일까. 표면적으로 보이는 줄거리는 지극히 통속적이어서 인생 수업과는 크게 상관 없어보이는 것 같다.

실력은 있지만 성격이 더러운 화가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화가의 젊고 예쁜 조수에 대한 욕정처럼 보이는 사랑, 그리고 그를 지겨워하며 떠나려는 조수의 신경질이 영화를 이룬다. 영화의 분위기는 매우 건조하고 대사 역시 그렇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화가가 심드렁하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엔 삶의 지혜가 소복이 담겨 있다.

조수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자신이 없다. 늘 불안하다. 그 초조함은 화가에 대한 신경질로 나타난다. 화가는 조수에게 이야기한다.
"늘 중요한 걸 먼저 해야 해. 작품은 신성하다구."
"거물인 당신의 것이나 그렇겠죠."
"네 것도 그래."

화가에겐 화단의 명성이나 부는 중요치 않다. 그를 지배하는 양 축 가운데 하나는 그림에 대한 열정이다. 하지만 조수의 머리속엔 '난 언제쯤 개인전을 할수 있을까, 난 성공할 수 있을까. 내 신세는 왜 이럴까' 등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재능이 있는 지 말해줘요."
"넌 22살이야.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아."
"재능이 없다면 포기해야죠."
"예술이란 포기하고 싶다고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화가와 조수의 차이는 극명하다. 화가는 자신의 그림 자체에 대해 열정과 관심이 있다. 자신이 만족하는 그림을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하다. 조수는 내 그림에 대해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전전긍긍한다.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지 초조해한다.

"내 그림이 어떤가요?"
"좋아. 하지만 내 생각이 뭐가 그리 중요하지? 네가 그린 그림인데"
"사람들이 내 그림을 어떻게 생각할 지 알려줘요."
"네 그림은 네 것일 뿐이야. 다른 사람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 3.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화가는 아름다움 그 자체를 사랑한다. 그건 조수에게 표면적으로 욕정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화가는 여성 그 자체를 사랑할 뿐이다. 조수의 아름다운 발에 키스하고 싶어하는 화가에게 조수는 자신을 탐한다고만 생각해 질려 버린다.

화가의 사랑엔 이유가 없다. 아름답기 때문에, 그저 좋기 때문에 사랑할 뿐이다. 화가는 조수가 자신을 좀 더 사랑하기 바란다. 그래서 굳이 자신이 아니어도 조수가 새로 생긴 남자친구들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길 원한다. 하지만 조수에겐 지긋지긋한 간섭으로 비칠 뿐이다.

조수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하는 지가 중요하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조수에게 화가는 당당히 부딪혀 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냉담한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 조수는 화가에게 화를 낸다. 그리고 묻는다.

"날 사랑해요?"
"그렇다고 이미 대답했잖아."
"그렇다면 저 경찰차 운전자에게 키스해요.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떠나겠어요."

화가는 경찰에게 다가간다.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총으로 위협하자, 손으로만 키스 시늉을 하는 화가. 장난으로 여긴 경찰도 화답한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녀는 이미 가버리고 없다.

그림을 포기하고 떠나려는 조수에게 화가는 불같이 화를 낸다.
"넌 너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그래서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지 몰라."
"난 지금 너에게 뭐든지 할 수 있어. 때릴 수도, 강간할 수도 있어. 너에게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기 때문이지."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조수는 짐을 챙긴다. 자신의 육체를 탐해 자기를 붙들어뒀다고 생각한 조수. 떠나면서 마지막 원망의 말을 던진다.
"당신이 내가 재능이 없다고 말해줬으면 지금껏 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어요."
"난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결혼을 네 번이나 했어. 넌 내가 너에게 얼마나 애착이 많은지 몰라."

# 4.

화가는 영화에서 두 번 '인생 수업'을 해 준다고 말한다. 한번은 조수에게, 다른 한번은 떠나버린 조수 대신 새로운 조수를 구하면서다. 화가는 본질에 충실한 사람이다. 자신의 인생을 차지하는 그림과 사랑에 매우 열정적이다. 그는 온 몸으로 사는 법을 보여준다.

그는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예술계의 거물이 됐지만 정작 그런 사회적 위치에는 시큰둥하다. 또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에게 주먹을 날릴 만큼 열정적이면서도, 그 여자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자존심 같은 건 상관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그저 소중히 여길 뿐이다.

격언에도 "돈을 좇으면 돈이 벌리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일 자체를 좋아하고 거기에 열정을 쏟아야 성공이 따른다. 일 자체를 잘 해내기 위해 고민해야지, 그것으로 어떤 댓가를 받을 지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평판을 얻을 지에 관심을 두는건 성공으로 가는 길이 분명 아니다. 사랑도 마찬가지 일거고.

대가나 명성은 생각하지 말자. 그저 내가 하는 일이 좋아서 재밌어서 일단 열심히 해 나가 보자. 자존심이나 상처는 걱정하지 말자. 누군가가 좋아지면 무조건 사랑해보자. 물론 성공적이지 않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후회없는 삶은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말을 쓰면서 부끄러워진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이번 주엔 새로 글 하나 써서 올려야 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일요일 새벽이 되서야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적어도 화가처럼 열정을 주체못해 쓰는 글은 아니라는 건 실토해야 할 것 같다.

못난 내 모습을 빨리 떨쳐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화가에게 인생수업을 더 받고 싶지만, 난 그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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