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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이 유행하는 이유

[패션으로 본 세상] 유행의 이면(1)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6.01.10 12:25|조회 : 1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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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이 유행하는 이유
동창회에서 흔히들 오가는 이야기 중 하나는 '너 하나도 안변했다'이다.

그 동창회의 주인공들이 30대이건 50대이건간에, 사람들은 서로에게 '너는 그대로'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정말 하나도 안변했을까. 그럼 저 50대 아주머니는 고등학생때도 저렇게 생겼었을까.

그럴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간의 흔적을 걷어내고, 거기서 추억의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을 때, 그 5% 내지 10%의 유사성에 기뻐하며 '그대로'라고 이야기한다.

즉, 그대로란 말은 솔직이'너 흔적이 좀 남아있다'라는 말과 비슷한 것이다. 원래 무언가에 동조한다는 것은 아주 작은 유사성에서 비롯된다. 아주 작은 부분이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할 때, 다른 부분은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흔히 연애하는 남녀들이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는 것도, 이들은 서로의 어떤 부분은 완전히 접어둔 채, 제 3자가 보기엔 지극히 작은 부분에서 강렬한 공감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의 힘도 이와 같다. 트렌드가 널리 확산되고, 한 세대를 풍미하려면, 여기엔 하나의 집중적인 포커스와, 그외의 요소에선 사람을 눈멀게 하는 마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옛날 사진을 들여다 볼 때, 종종 당시의 유행에 대해 우습거나 당혹스런 느낌을 받곤 한다.

특히 헤어스타일이 현재의 나와 너무 다르거나, 지금으로선 선택할리 없는 듯한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을 볼 때에는 순간적으로 이게 정말 나인가, 하고 의문을 품게 되기도 한다.

어떤 스타일에나 표현하고 싶은 아름다움이란 있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아름다왔던 이들이 오늘날 에는 기괴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유. 그것은 바로 '콩깍지'가 벗겨졌음을 의미한다. 그 당시엔 유행이 말해주는 사소한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되어 보이지 않덧 언밸런스한 요소들이 이제는 또렷이 보이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는 '연예인 옛날 사진'들이 인기리에 유포된다. 여기엔 성형을 한 연예인의 전후 사진도 포함되지만, 10년전 연예인의 사진이나 20년전 연예인의 데뷔 시절 및 졸업앨범 사진들도 들어있다.

사람들이 이 사진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사진이 10년 전 유행이 지녔던 촌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10년전에는 결코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가, 콩깍지가 벗겨진 상태에서 선명하게 보이게 될 때, 우리는 여기에서 색다른 재미를 발견한다.

'아, 저 당시엔 정말 저랬었어'라는 반가운 기억과 '저렇게 촌스러운 걸 저 때는 몰랐다니'라는 약간의 어이없음, 그리고 '저렇게 미숙한 것에도 열광할 수 있었던 시절이란 참 순박한 것이었어'라는 따스한 정감이 뒤섞인다.

복고풍의 유행이란 바로 이같은 정서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70년대나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남다른 눈길로 바라본다. 지금보면 우습기까지 한 음악다방의 DJ들이나 신성일-엄앵란표 청춘영화들은 웃음과 따스함, 미숙함을 함께 포함하고 있기에 매력적이다.

목에 작은 스카프를 매고 나팔바지를 입은 '오빠'들이나 지나치게 간지러운 말투의 여배우와 지나치게 느끼한 말투의 남자배우가 바닷가를 뛰어노는 장면들. 우리가 이 촌스러운 장면에 웃음을 보내지만, 이것은 꼭 비웃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복고풍에 대한 환호는 '너그러움'에 대한 그리움과 맥이 닿아 있다. 우리는 1퍼센트의 오차도 용납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점차 풍족하고 현명해져서 이제 왠만한 것에는 콩깍지가 잘 씌지 않게 되어버렸다.

예컨대 지금의 시대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한 눈에 반해 청혼하는 시대가 아니다. 청혼은 그녀의 학력, 외모, 재산정도, 집안 내력 등을 면밀하게 따져본 뒤 내려지며, 외모가 좀 떨어져도 능력이 커버되면 그녀는 '청혼가능'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남자의 콩깍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이러한 때에 들여다본 과거는 현재의 우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촌스러움과 너그러움, 낭만에 가득찬 시대로 다가온다. 남자는 여자에게 한 눈에 반하고, 그 여자의 일생을 기꺼이 책임진다. 또한 여자는 배짱있고 의리있는 남자면, 그것 하나로도 충분히 믿고 따라가 준다. 다른 부분은 기꺼이 눈멀어 줄 수 있는 낭만적 시대였던 것이다.

유행이란, 그 시대의 가려진 감성들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복고풍은 저렇게 살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 때문인지 최근 마케팅업계에선 '웜(warm) 마케팅'이 하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 장의 손뜨게니트처럼 보다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는 마케팅 기법이 성공적인 결과들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세련되고 완벽한 삶. 사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싶어서 너무나 애쓴 나머지 지금은 잠시 쉬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으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다.

그렇기에 복고풍이 제공하는 따뜻함이란, 유머를 가미할 때 가장 성공적이다. 친숙하고 미숙한 과거란, 그것을 뚫어 볼 수 있는 현재의 '영리함', 이를 즐기는 능숙함을 수반할 때에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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