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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저주, 네덜란드 병, 그리고 고환율

[홍찬선칼럼]환율상승, 수출엔 도움되나 내수와 물가엔 부담

홍찬선칼럼 머니투데이 홍찬선 머투경제방송 부국장대우 |입력 : 2008.05.26 16:05|조회 : 15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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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저주, 네덜란드 병, 그리고 고환율
이명박 대통령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문제로 난감해 하고 있다. ‘경제대통령, CEO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돼,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는데 실제 경제가 나아지기보다 나빠지고 있어 실망으로 바뀌고 있는 탓이다.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3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서프라임모기지로 불거진 금융 불안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실물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역수지가 적자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춰 잡고 있다.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소비와 투자 위축이 매출과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모두가 먹고 살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터에 상대적으로 즐거워하는 곳이 있다. 바로 수출기업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표적 수출기업은 급작스런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원화표시 이익이 늘어나고 주가도 오르는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환율 상승은 무역수지 적자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이탈 같은 수급 요인의 영향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 의지’에 의한 측면이 적지 않다. 달러화가 유로화나 엔화 등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유독 원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수출이라도 호조를 보여 경제에 숨통을 트게 하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런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환율상승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끌어올리고, 내수기업과 일반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천연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원유나 구리 및 다이아몬드 같은 천연자원이 많은 나라의 경우 자원으로 번 돈을 특정 계층이 독점함으로써 무기구입에 사용되어 국민들은 오히려 더 빈곤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석유로 번 돈을 도로건설이나 학교 병원 등에 거의 투자되지 않고 독점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하자원이 없는 나라의 내전 위험은 0.5%에 불과하지만 지하자원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는 23%나 된다고 한다.

또 ‘네덜란드 병’이라는 말도 있다. 1960년대 그로닝겐 가스유전 발굴로 수입억 달러가 네덜란드로 유입된 것이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에서 나온 말이다. 달러 유입으로 굴덴화는 평가절상이 됐고 수출이 부진하게 되고 네덜란드 산업은 퇴보했다. 가스로 벌어들인 돈은 생산적인 곳보다는 재분배에 쓰여 임금과 물가가 상승했다. 결국 실업률은 높아지고 재정적자도 늘어나는 등 네덜란드는 위기에 빠진 것이다. 네덜란드 병은 나이지리아(원유) 러시아(원유) 볼리비아(은) 앙골라(다이아몬드) 등 자원부국에 닥쳤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모두 네덜란드 병에 빠진 것은 아니다. 두바이는 원유로 벌어들인 돈으로 사막을 초원으로 바꿔 금융과 관광 중심지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다. 노르웨이는 세계 3위의 석유수출국이면서 외채와 부패가 없으며 국민들도 풍요로운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다이아몬드 최대 수출국인 보츠와나는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도 자원의 저주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원에서 얻은 돈을 낭비하지 않고 국민과 미래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생산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자원의 저주에서 벗어난 것이다.

천연자원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선 수출이 성장 동력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환율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수출기업에 머무를 경우, 국민경제는 중장기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이 네덜란드 병에 걸리지 않도록 환율정책을 신중하게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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