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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와 이영애에게 홀리다

[웰빙에세이]아름다운 '지름신'에 반하지 말자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부국장 겸 문화기획부장 |입력 : 2008.09.30 12:21|조회 : 14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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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거실에서 TV를 몰아내고 서재를 꾸몄다는 후배 이야기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그때뿐이다. 그를 본받아 TV를 빼기는커녕 새것으로 바꾸고 말았다. 요즘 유행하는 디지털TV에 혹해 매장에 가보니 서재 대신 TV가 나를 사로잡는다. 사러갈 때는 '적당히 크고 비싸지 않은 것'이 1순위였지만 역시 그때뿐이다.

처음엔 102㎝(40인치) 정도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 옆의 107㎝(42인치)가 눈길을 끌고, 화끈하게 117㎝(46인치)는 어떨까 하는 식으로 마음이 바뀐다. 디지털TV도 100만화소 HD급과 200만화소 풀HD급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화질이 다르다는 설명에 또 한번 마음이 흔들린다. 기왕 쏘는 것 제일 크고, 제일 좋은 것으로 해야 나중에 후회 안하지!

가만히 따져보니 가격대도 절묘하다. 102㎝에서 10만원 정도 얹으면 107㎝다. 117㎝는 좀 많이 얹어야 하는데 "전시용 상품이 있다"며 매혹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이러니 누가 그 상술에 넘어가지 않을까.

욕망의 상승구조를 정교하게 공략하는 마케팅 기술이 비단 TV에만 통하랴. 자동차 '아반떼'를 사러간 사람이 '쏘나타'를 사고, '쏘나타'를 사려던 사람이 '그랜저'를 사게끔 돼 있다. 요즘에는 '그랜저'를 사려던 사람이 "30만원만 더 얹으면 된다"는 유혹에 일제 '어코드'를 산다고 한다. '그랜저' 대신 일본판 '쏘나타'를 사고 좋아라 하는 셈이다.

아파트는 어떤가. 모델하우스에서 방 2칸짜리를 보다 그 옆의 3칸짜리를 보면 갑자기 2칸짜리에서는 못살 것 같다. 그 옆의 4칸짜리를 보면 '저쯤은 돼야 평생 살지' 하며 마음이 한 번 더 동한다.

내가 아는 한 '오디오광'은 앰프와 스피커에 수천만원을 쓰고, 최근에는 튜너를 새로 바꿨다. 그런데 그 명품 튜너가 FM전파를 잘 잡지 못해 속을 썩이자 안테나로 다음 목표를 바꿨다. 최고의 음질을 잡아내는 안테나를 장만하느라 몇달을 씨름하다보니 도무지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튜너와 안테나에 사로잡혀 음악을 듣는 마음이 닫혀버린 것이다. 수천만원짜리 오디오가 천상의 소리를 들려준다고 한들 들을 여유가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이쯤 되면 내가 오디오를 누리는 게 아니라 오디오가 나를 휘두르는 것이다. 사실 오디오에 집착할 때부터 음악은 뒷전으로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 나의 존재를 음악이 아니라 오디오란 물건에서 더 진하게 느끼는데 어떻게 음악이 다가오겠는가.

평생 크고 좋은 집 타령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역시 집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그러니 집이 그를 소유하고 그를 마음대로 휘두를 것이다. 그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집을 가져도 결코 그 집에서 편히 살지 못할 것이다. 그를 사로잡는 더 크고 좋은 집이 여전히 많을 테니까.

지금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우리를 사로잡는 것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광고가 우리 곁을 따라 다닌다. 이 집에 살고, 이 차를 몰고, 이것을 쓰라고 아름다운 미녀가 윙크하고 유혹한다. 스타란 스타는 모두 광고모델이 돼 이거 사라, 저거 사라 속삭인다. 나는 '슈퍼 지름신' 이효리와 이영애에게 홀려 중심을 잃고 열심히 지른다.

물건에 사로잡히는 것은 나의 욕망이다. 그런데 그 욕망은 만족을 모른다. 나이와 수입과 지위와 기분에 따라 유행품목과 가격대를 바꿔가며 끝없이 탐하고 지르고 소비한다. 그 과정에서 내 삶도 소비하고 소모한다.
  
☞웰빙노트

마음 바르게 서면 / 세상이 다 보인다 . 빨아서 풀먹인 모시 적삼같이 / 사물이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 진실은 눈 멀고 / 해와 달이 없는 벌판 / 세상은 캄캄해 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좇는 자 /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박경리, 마음>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당신은 생각들 아래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이 점에서 술, 특정 약물 등과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마음으로부터 약간의 해방을 주는 동안 당신은 또 다시 비싼 값을 치른다. 의식의 상실이 그것이다. 다른 약물들과 마찬가지로, 그것 역시 강한 중독성을 지닌다. 당신은 텔레비전을 끄기 위해 리모컨을 집어 들지만 자신도 모르게 모든 채널을 돌리고 있다. 반시간이나 한 시간 뒤에도 여전히 채널을 돌리면서 계속해서 시청하고 있다. 당신의 손가락은 오직 끄기 버튼만을 누를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개는 흥미있는 어떤 것이 관심을 붙잡고 있어서가 아니라 정확히는 흥미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보고 있는 것이다. 일단 걸러들면 더 별 것 아니고 더 무의미한 내용일수록, 더 중독된다. <에크하르트 톨레, NOW>

대기업은 벌써 오래전부터 상품의 생산과 서비스만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신기한 체험과 더불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야 매출이 오른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예컨대 이들은 온갖 광고 공세를 퍼부으며 소비자에게 광고 속의 모델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이런 성향이 확산되면서 현대 소비사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이 연출과 설정에 매달리게 되었다.<라이너 풍크, 내가 에리히 프롬에게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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