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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기억과 중국의 일상

[패션으로 본 세상] 중국이라는 거울

패션으로 본 세상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입력 : 2009.04.01 12:05|조회 : 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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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기억과 중국의 일상
요즘, 중국 회사의 컨설팅을 맡아 중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매주 심천과 한국을 오가다가, 지난주부터는 행사가 코앞인지라 줄곧 심천에서 머물고 있다.

심천은 여유로운 도시다. 중국에선 내로라 하는 부유한 도시인데다, 신도시로 개발된 지역이라 어두운 그늘이 없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어느 선진국의 도시와 비교해도 그다지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역시, 치안이나 공공질서 같은 부분은 아쉬운 면이 많다고 한다. 호텔과 회사만 오가는 터라 직접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날치기를 조심하라는 경고는 주변으로부터 귀가 따갑게 듣고 있다.

하긴 중국에 있다 보면 식당에서 쥐를 본다거나, 공항에서 태연하게 새치기를 당하거나 하는 경험들을 자주 한다.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어쩐 일인지 나는 금방 익숙해졌다.

사실 뭐 그리 적응 못할 경험들은 아니랄까.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의 친숙한 재미까지 느껴져 즐거운 면도 없지 않다.

올림픽에 즈음하여 태어난 세대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1970년대에 한국이 아직 가난한 나라인줄 알고 자란 세대다. 학교에 가면 도시락을 열고 보리밥을 싸왔나 혼식검사를 받았고, 이 검사나 기생충검사가 단체로 실시되던 시절에 '국민학교'를 다녔다.

때가 되면 쥐를 잡자는 포스터를 그렸고, 뉴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어느 공장에서 두부에 석회를 섞어서 팔았네 하는 기사들이 실리곤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게 겨우 30여 년 전 일이니 아주 먼 과거도 아닌 셈이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았다. 그런 변화의 모습들이 얼마나 흥미로웠는지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고, 오늘날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뉴욕의 백화점 화장실보다 핸섬해졌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나는 스스로가 그런 경험 속에서 자랐다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 양쪽 다를 이해 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가끔 유럽에서는 선진국 일변도의 무례함 같은 것을 느낄 때가 많은데, 그것은 그들이 가난에 대한 사회적 경험을 갖지 못한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다, 우연히 한 영국인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가끔씩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좌절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내가 한국에서 왔기에 대화가 통하니 다행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렇게 여겨진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 어릴 때 겪은 일이기 때문에 이 나라의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고 그에게 말해주었다. 아울러 그런 경험이 없는 그에게 몇 가지 일들이 얼마나 충격적일 수 있는지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말문이 열렸는지, 자신이 겪은 소소한 경험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나는 듣고 있다 그만 배꼽이 빠질 뻔 했다. 악의 없는 문화의 차이나 수준의 차이가 만들 수 있는 모든 코미디를 그는 정말이지 온몸으로 겪어 온 모양이었다.

어제는 호텔로 돌아오다가, 갑자기 '요거트' 생각이 나서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 아가씨는 계산을 하고서는 스푼도 주지 않은 채 외면하고 돌아선다. 스푼을 달라고 얘기하자, 뜻밖에도 그 아가씨는 빨대를 주었다. 이것으로 먹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면서 말이다.

아, 중국의 '요거트'는 굉장히 묽어서, 빨대로 먹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호텔에 들어와서 '요거트'를 연 순간, 세상에, 그것은 전혀 묽지 않은 빡빡한 페이스트의 '요거트'였다. 엄청난 힘으로 겨우 겨우 '요거트'를 빨아먹다가 나는 또 한번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싱거운 웃음이 많아진 것은 객지생활이 오래 되서 인가, 아니면 한국이 그리워서인가. 사실 정말이지 그리운데, 갈 수 없는 기분이란 참 묘한 것이다. 비오는 일요일을 무료하게 보내다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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