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 소환투표' 불참유도vs신성한 권리

↑24일 오전 김태환 제주지사가 주민소환투표에 불참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지사는 현재 주민소환대상자이다. 소환투표는 26일 치러진다.

현재 주민소환제대상자인 김태환 제주지사(67)가 투표를 이틀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들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24일 오전 김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주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제주에는 관광객 유치, 1차 산업육성, 투자유치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우리끼리 사분오열하다가 당장 내년에 재정난에 빠질 수 있다"며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주민소환투표는 일반선거와 다르다"며 "투표불참으로 반대의사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불참운동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소환제는 투표율이 유권자의 1/3을 넘지 않으면 부결처리되고 개표를 하지 않는다. 김지사는 "개표를 하게 되면 지역별로 찬·반성 비율이 나와 주민 간에 갈등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제주특별 자치도는 반대자의 눈치만 봤다면 탄생 못했을 것"이라며 "도지사가 일하려면 소신이 필요하다. 주민소환제는 권리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된다"고 했다.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은 국책사업이자 제주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사업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덧붙여 "소환본부에서 제출한 주민투표 공보 원고에 '해군기지'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말은 없었다"며 "이는 소환에 명분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지사의 소환을 발의한 김태환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의 이영웅 대변인(35)은 이날 "김 지사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문제만을 들어 주민소환을 부정하는 것은 '하나의 사실을 전체로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이번 소환은 국정운영의 독선과 비민주적인 행위, 권력남용 때문에 하게됐다"고 했다. 해군기지 건설뿐 아니라 영리병원법인설립, 카지노 사업 등 도민들이 걱정하는 여러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변인은 "오늘 김 지사의 기자회견은 주민들의 투표참여를 방해하는 것으로 도지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라 말했다. 덧붙여 "투표참여는 도민의 신성한 권리다. 반드시 참여해야한다"고 했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제의 결정이나 행정처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단체장을 소환해 투표를 하고 제재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7월부터 시행되었고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이뤄진 것은 김태환 도지사가 처음이다. 김 지사의 소환여부는 26일 투표결과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