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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이건희 회장이 띄운 시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편집인겸 더벨 대표이사 부사장 |입력 : 2010.03.29 12:38|조회 : 4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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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지난 24일 삼성이 그룹 공식 트위터에 '이건희 회장 복귀 멘트'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은 멘트나 메시지라기보다 한편의 시에 가깝다. 잠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가장 짧고도 절묘한 표현, 그게 바로 시다. 시인 최영미는 어떤 시가 좋은 시냐는 물음에 저절로 외워지는 시, 소리 내어 읽을수록 맛이 살아나는 시, 세월이 가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시가 정말 좋은 시라고 했다.

이 회장의 복귀 멘트는 '좋은 시'로서 손색이 없다. 이건희 회장이 지은 시의 제목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도가 좋겠다.

이제 소리 내어 경영 대가의 시를 한번 읽어보자. 다만 '삼성'이라는 말 대신 각자 몸담고 있는 회사이름을 넣자.

세 번만 소리 내어 읽자. 그러면 분명 당신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을 것이다. 당신이 만약 지금 기업현장에서, 경영현장에서 승패를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사람이라면 울컥 할지도 모르겠다.

진실한 것은 아름답다. 어떤 시가 아름답다면 그건 진실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시도 아름답다. 그것은 진실한 그의 마음을 담고 있다.

진부한 말이지만 그러나 고통 없는 창조는 없다. 진실한 언어로 아름다움을 잉태하기까지 그는 여러 번 부서지고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건희 회장의 시련은 2007년 10월의 비자금 폭로사건과 후속으로 이뤄진 검찰 특검으로 시작됐지만 멀리 보면 2005년 7월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년여 동안 이 회장도, 삼성도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이 와중에 사상 초유의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겪었다.

2008년 봄 이 회장은 '모두 내 불찰이고, 모든 책임은 내가 다 지겠다'는 말을 남기고 은퇴했지만 세상은 그를 쉬게 놔두지 않았다.

체육계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고, 이를 위해 정부는 특별사면까지 해주었다.

삼성 사장단도 가세했다. 세계 초일류기업 토요타가 리콜사태로 흔들리고,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세워 공세를 펼치는 것이 사장단에겐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선 이 회장의 경륜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사장단의 건의문을 받아들고 이 회장은 한 달을 고민했다.

외견상으로는 주력기업 삼성전자가 지난해 136조원의 매출에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2년여 오너 공백에서 오는 그룹의 약화된 구심점은 차치하더라도 딱히 내세울 만한 신제품 신사업 신시장 등, 이른바 차세대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 위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달리 선택할 길은 없다.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다시 달리는 수밖에.

회장직 복귀를 위해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느니, 황제경영이 부활했다느니, 투명경영과 사회적 공헌을 먼저 약속해야 한다는 비판과 주장들은 따라서 그에게는 모두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하든지 혼신을 다해 다시 한번 달리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신이 만약 위대한 기업가가 되고 싶다면 당신의 사무실에 이 시를 걸어둬라. 신입사원들에게 이 시를 읽고 외우게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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