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IFRS 한국만 불리"...IASB대표 전격 면담

개정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한국 조선업계에 불리해 비상이 걸렸다. 조선업계는 방한중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 이 같은 사정을 호소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FRS가 시행되더라도 엔화 결제를 받는 일본 조선사, 고정환율제인 중국의 조선사들에게 큰 영향이 없지만 변동환율제하에서 달러 결제를 받는 우리나라의 조선사들은 환율변동에 따라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5일 관련업계와 조선협회에 따르면 세계회계재정기구 정기회의 참석차 방한중인 데이빗 트위디(David Tweedie)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장과 기술이사, 상임위원 등은 한국 조선업계 대표단과 이날 조찬회동을 가졌다.


조선업계는 이 자리에서 IFRS로 인해 예상되는 한국 조선사들의 피해에 대해 호소했으며 후폭풍 최소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 조선업계는 다각도의 채널을 통해 어렵게 면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내년 IFRS가 본격 발효되면 조선사 경영에 중대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주도로 국내 실정에 맞게 개정했던 파생상품 회계처리 기준이 다시 국제 기준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재와 달리 긴 건조 기간 내 대금을 분할해서 받는 조선사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헤지를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환율 급변으로 조선사들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 손실이 자본으로 책정돼 순식간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이같은 사정을 반영, 회계기준을 수정 보완해줬다.


그러나 업계는 IFRS 발효로 인해 이 같은 회계처리방식이 다시 자산과 부채 양 쪽으로 적용될 것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본잠식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는데다 재무제표상 자산과 부채 변동이 극대화될 경우 해외 선주사들이 국내 조선사들을 불안정한 상태로 파악할 가능성이 높다.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 보듯 한 일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웃 일본의 경우 선박 건조대금을 엔화로 결제 받고 있으며 중국은 아예 변동환율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변동환율제를 적용해 달러로 대금을 결제 받는 한국 조선사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회계 당국에 수차례에 걸쳐 이같은 사정을 호소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왔다. 지난 14일 방한한 트위디 위원장을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이 면담했으나 "특정 국가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대표단으로 회의에 참석한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트위디 위원장 등 IASB 대표단에 우리 측 개정요구안을 전달했으며 이사회 멤버들과 논의해보겠다는 답을 받았다"며 "향후 화상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지속적으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IASB 측은 국내 조선업계의 요구에 따라 이날 출국하는 트위디 위원장을 대신해 관련 실무자인 기술이사를 한국에 남겨 추가로 의견을 청취키로 했다.

한편 이번 회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개정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회계기준 개정이 꼭 필요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새 회계기준을 따른다는 방침을 정한 터라 대놓고 수정을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업계 공동의 노력을 통해 연내 회계기준과는 별도의 조항을 따로 발효시키는 방향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