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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를 두른 브랜드들

[박병천의 브랜드성공학]가격할인경쟁이 필요없는 브랜드가 파워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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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를 두른 브랜드들
아내에겐 좋은 습관이 하나 있다.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에 갈 때는 늘 메모장을 들고 간다. 메모장에는 그날 구매할 품목리스트가 빼곡히 적혀 있다. 그 덕에 장을 보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의 쇼핑메모장을 우연히 보게 됐다.

'신라면 5개, 질레트 면도날 1통, 페브리즈 1통, 두부 2모, 우유 2병….'

기록한 내용이 참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품목은 구매할 제품의 브랜드를 구체적으로 적어놓았고 어떤 품목은 그렇지 않았다.

차이점이 무엇인지 뒤를 따라가면서 관찰해보기로 했다. 브랜드를 정확히 기록해놓은 품목 앞에 가서는 잠시도 망설임이 없었다. 메모에 적힌 수량대로 얼른 집어서 쇼핑카트에 담았다.

하지만 품목만 기록한 두부코너 앞에 가서는 이쪽저쪽을 기웃거렸다. '풀무원두부'와 'CJ행복한콩두부' 그리고 '종가집두부'를 번갈아 살피더니 무언가를 확인한 후에야 구매할 제품을 결정했다. 이날 손에 집은 것은 '종가집두부'였다. 참고로 지난주엔 'CJ행복한콩두부'였다.

과연 선택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대형마트에 가서 두부를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종가집두부'를 선택한 날에는 '종가집두부'에 쌈장이 테이프로 둘러져 있었고, 'CJ행복한콩두부'를 선택한 날에는 'CJ행복한콩두부'에 '모닝두부'가 테이프로 둘러져 있었다. 다음주에 아내가 선택할 두부를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확한 브랜드명은 알 수 없지만 1가지 사실은 확실하다. 분명 테이프가 둘러진 두부일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폴 골드버거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그는 '똑같은 것들'이라는 글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계속 좋아지는 동시에 비슷해지고 있다"고 했다.

기업과 기업 간의 기술 차이가 크게 줄었다. 그리고 제품과 제품 간의 품질 차이도 크게 줄었다. 그래서 오늘날을 '기술 평준화 시대', 혹은 '품질 평준화 시대'라고 부른다.

소비자들은 더없이 좋다. 그만큼 선택에 대한 리스크가 감소하고 구매조건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은 정반대다. 품질 차이가 줄어들면서 기업은 점점 더 힘든 상황에 빠져들게 되었다. 가격할인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격할인경쟁(price cutting race)은 주로 품질수준이 비슷비슷한 제품이 모여있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단순하다. 품질이 월등히 좋아보이는 제품이 있으면 그것을 구매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품질이라고 인식될 때는 세일을 하거나 1+1행사를 하는 것, 즉 가장 싸게 파는 제품을 구매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확실한 품질차별화를 꾀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하는 수 없이 가격차별화(가격할인)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품질차별화를 하는 일은 쉽지 않고, 가격할인 경쟁을 하다보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이 문제다.

브랜드는 품질이나 가격 차별화가 아닌 또다른 차별화 방법이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원료, 같은 색상, 같은 디자인으로 생산한 동일한 품질의 조깅용 티셔츠라고 해도, 하나는 나이키 브랜드를 달고 있고 다른 하나는 백마표 브랜드를 달고 있다면, 소비자들은 이 두 티셔츠가 완전히 다른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구매욕구가 달라지고 입었을 때 기분도 달라진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파워브랜드인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은 브랜드가 얼마나 유명한가, 즉 인지도가 높은가 낮은가 문제가 아니다. 또 품질문제만이 아니다. 가격할인 경쟁의 필요성을 가장 적게 만드는 브랜드가 진정한 파워브랜드다.

가격할인 경쟁이 필요없는 진정한 파워브랜드로 키우려면 브랜드 육성의 초점을 인지도와 품질에만 맞추면 안된다. 아무리 인지도와 품질 수준이 높다고 해도 다른 브랜드와 강력한 차별화를 꾀하지 못한다면 결코 가격할인 경쟁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그러므로 브랜드 인지도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앞서 다른 브랜드와 무엇을 차별화할까, 어떻게 차별화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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