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정부 물가관리 대상 될까

정부가 식품과 함께 화장품의 유통기한(사용기한) 제도를 정비해 물자 낭비를 줄이고, 이를 통해 제품가격 인상요인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폐기하는 비용은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정부 구상의 현실적인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화장품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할 예정이어서 부처 간 정책혼선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6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제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식료품과 화장품의 유통기한이 과도한 물자 낭비를 초래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식품에 적힌 유통기한이 넘으면 모두 폐기하고 있지만, 이 비용이 모두 소비자가격에 전가되고 있다"면서 "화장품의 경우도 굳이 유통기한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화장품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화장품 생산업체 관계자는 "물가 대책회의에서 화장품 유통기한을 논의한다는 건 핵심과 좀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며 "최근 대부분 화장품 업체들은 트렌드 및 소비자 구입 패턴 등에 맞춰 판매 수량을 예측, 재고가 늘어나지 않도록 최소 물량을 생산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른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유통 기한이 지난 제품을 폐기하는 비용은 제품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화장품 유통기한 표시 의무화는 소비자들의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규정으로 업체들도 긍정적인 관점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화장품업계에선 현재 유통기한과 사용기간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비타민 등 일부 원료가 포함된 경우를 제외하고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표시하지 않아도 되며, 대신 제조일자를 표시하게 돼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유통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기한 명시가 의무화 된다.

대한화장품협회 안정림 부회장은 "유통기한표시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화장품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알권리 차원에서 표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필품의 원가 논리와 감성제품인 화장품의 경우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화장품 가격 인하는 업계가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제도를 통해 일시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