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학파 4인이 만든 '반값 소셜 쇼핑'의 그늘

대한민국은 지금 '반값'세일중이다. 하루를 여는 버스와 지하철에는 '반값'광고들이 즐비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열어도 반값 광고가 넘쳐나고 귀가해 TV를 켜면 반값 광고가 쏟아진다.

티켓몬스터의 신현성(26), 쿠팡의 김범석(33), 위메이크프라이스의 허민(35), 그루폰코리아의 황희승(27).
반값세상을 만든 청년 유학파 4인이다. 평균 연령 30.2세의 젊은이들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장악했던 유통시장을 뒤흔든 '혁명'이었다.


이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는 펜실베니아 경영대학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맥킨지&컴퍼니를 다녔다. 김범석 쿠팡대표는 하버드MBA 출신으로 역시 컨설팅 회사인 보스톤컨설팅그룹(BCG)에서 2년 근무했다.

허민 위메이크프라이스 대표는 서울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보스턴 버클리음대에서 유학했다. 던전앤파이터 게임으로 유명한 개발사 네오플을 넥슨에 3000억에 매각하고 미래에셋 빌딩을 사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황희승 그루폰코리아 대표도 독일 살렘왕실학교와 미국 에모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위메이크프라이스'라는 사명처럼 이들 젊은이들은 어지간한 물건들의 가격들을 '반값'으로 만들었다. 유통에 숨겨진 거품을 빼고 소비자들이 '소셜한 공동구매'를 통해 싼 가격에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각종 공연, 콘서트 등 문화상품까지도 상품화시켜 출시함으로써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러나 반값세상 이면의 그늘 역시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싼값으로 물건을 살 기회가 늘었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을 믿지 못한다. 공정위의 지적처럼 가격을 부풀린 경우도 많았다. 어지간한 할인폭이면 만족하지 못하고, 제조자나 유통사에 대한 불신도 생겼다.

물건을 납품하는 제조사의 경우에도 대형마트의 '가격 후려치기'나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대기업들이 하청업체에 어음을 끊어주던 식으로 소비자가 낸 돈을 금된 돈을 보관하면서 현금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새로운 혁명도, 소셜커머스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에 기반한 온라인 서비스로 대기업이 하던 '브랜드파워'경쟁을 답습할 뿐이라는 시각이다.

소셜커머스 업체간 브랜드파워를 키우기 위한 마케팅 '출혈경쟁'도 만만치 않다. 쿠팡의 경우 이나영, 김현중에 이어 김태희와 비(정지훈) 등 톱스타들을 모델로 영입했다. '반값'으로 번 돈으로 이 네명의 모델에게 1년간 약 15억원을 쓴 것으로 보인다. NICE신용정보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9억100만원, 순손실은 18억7100만원을 기록했다.

한 IT유통업체 사장의 말이다.

"대기업이 장악한 유통업계의 잘못된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브랜드파워를 활용, 물건을 많이 팔아 줄테니 싸게 달라고 종용하면서 제조사들은 역마진도 감당해야했죠"

그는 이 젊은 4인의 청년들의 등장을 보면서 '소셜커머스'가 만들어갈 시장에 대해 크게 기대했지만,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했던 건 그렇게 업자들을 조여 기업가치를 키운 뒤 팔아먹고 나갈까하는 우려입니다. 해외 MBA에서 배워온 기술이 '먹튀' 밑천으로 쓰이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