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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과 박찬호가 던진 새해 화두

[장윤호의 체인지업]한국 스포츠 ‘순수함과 열정'을 회복하자

장윤호의 체인지업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입력 : 2011.12.31 09:00|조회 : 6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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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전북현대 제공
최강희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전북현대 제공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발에 ‘외압’이 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스포츠계에 ‘나꼼수’ 혹은 ‘애정남’이 존재하면 무언가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없어서 안타깝다.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질에도 역시 외압이 작용했다고 일각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그 외압설의 주인공은 사실이 아니라면 억울하게 오해만 받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은 진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고 황보관 기술위원장 등 고위 관계자들도 최소한 감지를 했다고 봐야 한다.

◇ 느닷없는 조광래 감독 경질... 선동렬 감독 떠오른 까닭은

2011년의 마지막 달인 12월7일 조광래 감독이 느닷없이 전격 해고됐을 때 문득 프로야구 현 KIA 선동열 감독이 떠올랐다.

선동열감독 역시 한 해가 저물던 2010년 12월30일 계약 기간을 무려 4년이나 남겨 놓은 상태에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경질되고 올해 1년을 장외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 했다. 당시에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선동열 감독 해고 사태를 놓고 여러 설만 무성할 뿐 정확한 이유는 지금까지 묻혀 있다. 선동열 감독 본인은 알고 있을 지 궁금하다.

언제부터인지 정정당당함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스포츠계가 진실은 숨겨져 버리고 각종 설과 의혹이 난무하는 세상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풀뿌리까지 썩지 않아 다행이고 희망은 있어 보인다.

조광래 감독이 경질 된 후 홍명보 런던 올림픽 대표팀 감독 등 국내파부터 심지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을 이뤄낸 히딩크 전 감독까지 새 감독 후보로 거론됐다.

그런데 국내파 감독들은 다들 고사하는 분위기였다. 국가대표 감독이 ‘독이 든 성배’라는 것보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조광래 감독을 자른 대한축구협회 집행부에 대한 반발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가 후속 대책 없이 무작정 감독부터 자르고 본 것 같이 돼 버리자 갑자기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 '독이 든 성배' 봉동이장이 받아들인 까닭은

그러나 후임 감독은 ‘봉동 이장’이라는, 촌스럽지만 정겨운 별명을 가진 최강희 감독으로 결정됐고 22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봉동’은 최감독이 금년 K리그 우승으로 이끈 전북 현대의 선수단 숙소가 있는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서 나온 것이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놓고 여러 가지 나온 설 가운데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법 유력하다. 유력 축구 관계자는 ‘2013년 1월 열리는 선거를 앞두고 주도권 잡기라고 본다.

'조중연 현 회장이 정몽준 전 회장 측근이고, 조광래 감독이 2009년 1월 선거에서 조중연 회장에게 패한 허승표 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 사람이라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음을 고려하면 의심을 살 만하다’ 고 지적했다.

이런 복마전처럼 얽힌 상황에서 왜 안 맡겠다던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을 수락했을까?

조중연 회장은 소주 5병을 함께 마시며 설득했다고 설명했는데 필자는 최강희 감독이 결단을 내린 가장 큰 이유를 ‘적어도 더 이상 한국 축구를 외국인 감독에게 맡겨 놓아서는 안된다’는 소신 때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인 감독은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그냥 떠나면 된다. 한국축구의 미래에 대해 책임이 없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은 다르다. 그가 감독 수락 조건으로 2013년 6월 아시아 최종 예선까지만 맡고 본선은 안 하겠다는 것을 단 것에서 누구나 그 진정성과 치열함을 알 수 있다.

연봉 6억원을 기부하고 한화에 입단한 박찬호/박용훈 인턴기자 yh01@
연봉 6억원을 기부하고 한화에 입단한 박찬호/박용훈 인턴기자 yh01@
◇ 박찬호 '6억 기부' 파격적 귀향 까닭은

메이저리그 124승에 이어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박찬호가 연봉 최대 6억원을 모두 아마추어 야구 발전에 기부하는 것으로 공식 발표하고 20일 고향 팀 한화 입단식을 가진 것과 22일 열린 최강희 감독의 국가 대표팀 감독 조건부 수락 기자회견은 그 맥을 같이 한다.

한국 축구와 야구에 대한 애국심에서 나온 순수(純粹)함과 열정(熱情)이다. 박찬호의 한국 프로야구 복귀를 앞두고도 역시 무수한 설이 난무했다.

한국프로야구 규약에 위배되는 ‘박찬호 특별법’을 만드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부터 박찬호 본인, 한화를 비롯한 각 구단,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장, 야구 팬들과 관계자들의 시각 차이, 그리고 연봉 등 대우 문제에 대해 갖가지 억측이 나오고 마치 사실인양 기사화됐다.

여러 오해로 인해 가슴에 상처를 받으며 장고(長考)하던 박찬호는 특별법이 KBO 이사회를 통과하자 곧 바로 한화 구단을 만나 ‘연봉 백지 위임’으로 모든 소란을 잠재웠다.

그가 오래 전인 1993년 12월31일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태평양을 건널 때의 순수함과 열정을 회복하고 한국 야구로 돌아온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린 것이다.

2012년 임진년은 스포츠의 해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가 2월 쿠웨이트와의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부터 험난한 본선 진출 길을 가야하고 한국프로야구는 페넌트레이스 첫 700만 관중 도전에 나선다. 7월27일부터 제30회 올림픽이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다.

축구, 야구, 프로, 아마 모두가 대사(大事)를 앞두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위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임진년에 순수함과 열정으로 하나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강희 감독과 박찬호는 스포츠인 개인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준 경우이다. 사분오열의 위기에 있던 축구계를 최강희 감독은 하나로 모았고 박찬호는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실천해 모범이 됐다.

◇ 쿼터백 브렛 파브의 표지 잡지 335만부 팔린 까닭은

지난 2007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이하 SI)'가 12월10일 발행호에 '올해의 스포츠맨(Sportsman of the Year)'을 선정해 발표했다.

주인공은 미 프로풋볼(NFL) 그린베이 패커스의 쿼터백인 브렛 파브였다. 그런데 신문 가판대와 서점에서 이 잡지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일이 벌어졌다. 브렛 파브가 표지 모델로 등장한 SI가 느닷없이 수집가는 물론 팬들의 소장 대상이 된 것이다.

시장에 내놓은 초판 320만부가 순식간에 모두 팔려 나갔고 재판 5만부, 3판 10만부까지 찍었다. 3판 인쇄는 SI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됐다. 모두 335만부가 나온 SI의 2007년 12월10일 호에 특종 기사가 담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브렛 파브가 올해의 스포츠맨으로 선정돼 표지 모델로 나선 것뿐이다.

브렛 파브는 1991년 애틀랜타에서 데뷔해 이듬해 그린베이 패커스로 이적했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 연속 최우수 선수로 뽑혔고 당시 연봉은 1100만480달러(현 환율로 120억원 정도)였다.

그런데 SI가 사상 최초로 3판을 인쇄하게 만든 것은 그의 실력만이 아니다. 그는 순수함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스타였다. 거기에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줘 미국인들은 그를 잡지 표지로라도 옆에 두고 싶어했다.

당시의 브렛 파브와 지금의 최강희 감독, 박찬호의 공통적 정서는 순수(純粹)함과 열정(熱情)이다. 2012년 새해 승리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는 스포츠 위인(偉人)의 탄생을 희망한다.



장윤호는...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구경했으나 그 때만 해도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할 줄 몰랐다. 198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롯데와 태평양 취재를 시작으로 야구와의 동거가 직업이자 일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취재를 거쳐 1997~2002년까지 6년 동안 미국특파원으로 박찬호의 활약과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귀국한 후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3년 MBC ESPN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고 2006년 봄 다시 미국으로 떠나 3년 동안 미 프로스포츠를 심층 취재하고 2009년 돌아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스타뉴스(Starnews)' 대표,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야구발전연구원이사,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3월 '야구의 기술과 훈련(BASEBALL Skills & Drills)'을 번역 정리해 한국야구 10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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