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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통장잔고 끝장…"부자병이 뭐길래"

[웰빙에세이] 소비중독과 부자병 진단법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2.02.01 13:50|조회 : 9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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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 어감이 강해 막상 쓰려면 조심스럽다. 가난이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만 하는 것 같다. 문자 쓰는 것 같다.

그래도 기왕 문자를 썼으니 조금 더 하자. '자발적 가난'은 에른스트 슈마허가 처음 쓴 말이다. 영국의 반주류 경제학자였던 그는 이 시대의 탐욕스러운 이기주의를 소멸시키기 위한 첫걸음이 '자발적 가난'이라고 했다. '자발적 가난'의 원칙에 따라 삶을 이끌어 갈 때 가장 큰 행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는 성장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경제학'을 외쳤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 경제 발전은 오직 '어느 정도까지만' 건강하다.
2. 삶의 복잡함도 오직 '어느 정도까지만' 허용 가능하다.
3. 효율성과 생산성에 대한 추구도 오직 '어느 정도까지만' 좋다.
4.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사용도 오직 '어느 정도까지만' 현명하다.
5. 전문성도 인간의 고결함과 오직 '어느 정도까지만' 양립 가능하다.
6. 상식을 '과학적 방법'으로 대신하는 것도 오직 '어느 정도까지만' 참을 만하다.

그러니까 성장과 발전에 대한 욕망이 '어느 정도'를 넘어 이제는 인간의 삶과 지구의 생존을 뿌리째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의 경고다. 아무리 돈이 좋고, 성공이 좋아도 제발 좀 정도껏 하자는 것이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고, 적당히 복잡하게 살자는 것이다. 슈마허는 여기서 '적당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이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Less is More!

'자발적 가난'을 법정 스님의 버전으로 하면 '단순 소박한 삶'이다. '맑은 가난' 이다. 스코트 니어링의 버전으로는 '더 많이 소유하는 삶이 아니라 더 많이 존재하는 삶'이다. 간디 버전으로는 '필요를 충족하는 삶'이다. 어떤 것이든 그것은 이 시대의 주류에서 벗어난 대안적 삶이다. 그렇다면 나의 버전은 무엇인가? 나에게 그것은 아끼고 누리고 나누는 것이다. 아낌, 누림, 나눔이다. 나는 이 세 가지를 마음 속에 새긴다.

첫째, 아낌. 그것은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것이다. 알뜰하게, 살뜰하게, 애틋하게 쓰는 것이다. 여분과 잉여를 줄이는 것이다. 늘어놓고, 쟁여 놓지 않는 것이다.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생태 순환의 범위 안에서 사는 것이다. 소비중독과 '부자병'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올리버 제임스가 쓴 <어플루엔자>라는 책에 '부자병'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있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의 탐욕이 만들어낸 질병. '소비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소비지상주의의 환상을 좇는 인간을 불행으로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증상으로 무력감, 과도한 스트레스, 채워지지 않는 욕구, 쇼핑중독, 만성 울혈, 우울증 등이 있다.'

'affluenza'는 풍요라는 뜻의 'Affluence'와 유행성 감기를 뜻하는 'Influenza'를 섞어서 만든 조어다. 신종 플루보다 더 강하고 무섭다는 어플루엔자! 나는 혹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나? '부자병'에 걸리지 않았나? 그것이 궁금하다면 다음의 16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1. 나는 정말 부자가 되고 싶다.
2. 유명해지고 싶다.
3. 나이가 들어가는 흔적을 감추고 싶다
4. 찬사를 받고 싶다.
5. 사람들이 내게 매력적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6.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에 뒤떨어지고 싶지 않다.
7. 대중매체에 내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으면 좋겠다.
8. 내 것과 남의 것을 자주 비교한다.
9. 그 사람이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그 사람만큼 중요하다.
10. 쇼핑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11. 내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친구라면 관계를 끊는다.
12.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보다 그 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더 관심이 많다
13. 값비싼 집과 차, 옷을 소유한 사람들이 부럽다
14. 지금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할 수 있었다면 내 삶은 더 훌륭했을 것이다.
15. 앞으로 내가 소유할 것들이 내 삶을 규정할 것이다.
16. 호화롭게 살고 싶다.

이 질문에 "예"라는 대답이 많으면 어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이라 한다. "예"라는 대답이 많을수록 우울, 불안, 약물남용, 성격장애(나만 챙기는 나르시시즘 열병, 정체성 혼란) 같은 정서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맙소사! 나는 얼마나 심하게 이 병에 걸린 것인가.

둘째, 누림. 자발적 가난은 버티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빈곤이다. 궁핍이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 대신 마음의 풍요를 선택하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에 홀려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 것이다. 문명 대신 자연, 이성 대신 감성, 머리 대신 몸, 경쟁 대신 조화, 빠름 대신 느림, 승부 대신 놀이, 라이벌 대신 친구, 적 대신 이웃, 기계 대신 생명, 글로벌 대신 로컬, 도시 대신 마을, 시장 대신 자급, 아스팔트 대신 흙, 식탁 대신 밥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돈부자' 대신 '마음부자'가 되는 것이다. 생기와 신명을 되살리는 것이다.

신나지 않으면, 웃고 노래하고 춤추지 않으면 자발적 가난은 빗나간 것이다. 메마른 것이다. 그것은 마음의 풍요를 가꾸고 키우고 피우기 위한 것이다. 가꿈, 키움, 피움이다.

셋째, 나눔. 내가 넉넉해야 나눌 수 있다. 자발적 가난은 필요한 만큼에 만족하고 나머지를 넘치게 하는 것이다. 아낌을 통한 풍요를 함께 하는 것이다. 나무는 열매가 풍성하면 가지를 내린다. 이런 나눔은 자연스럽다. 따뜻하다.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넘칠 수 없고, 나눌 수 없다. 돈이 많아도 나누지 않고 베푼다. 그런 자선은 위선이다. 이쪽에서 인심 쓰고 저 쪽에서 끌어 모으는 것이다. 여전히 돈을 탐하고, 관대한 부자를 욕심내는 것이다.

자발적 가난, 나에게 그것은 한 달에 120만원으로 잘 사는 것이다. 120만원은 내가 지속가능하게 감당할 수 있는 최상의 금액이다. 그것은 순전히 나만의 계산이고 나만의 숫자다. 당연히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계산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계산으로 어떤 금액을 이끌어 내든 자발적 가난에 담긴 뜻은 같을 것이다. 그것은 아끼고, 누리고, 나누려는 것이다. 아낌을 통한 행복을 만끽하려는 것이다. 내 삶의 중심을 소유에서 존재로 바꾸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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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Joonhee Lee  | 2012.02.02 17:20

이 시대 사람들은 외적으로 더 가져야, 더 복잡해야, 더 잘나야 잘 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까요? 우리의 내적인 상태는 어떤지 생각해 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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