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갑부 '버거킹 주인' 집없이 호텔 전전, 왜?

뉴스1 제공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니콜라스 베르그루엔. AFP=News1

집도 차도 없지만 마음만은 '진짜 부자'인 억만장자가 있다. 헤지펀드를 운영하며 세계적 패스트푸드 체인인 버거킹의 대주주이기도 한니콜라스 베르그루엔(50)을 일컫는 말이다.

부친이 피카소와도 잘 알고 지내던 부유한 미술상으로 어릴 적부터 부족함 없이 자랐던 그가 어느날 자신을 감싸던 주변의 것들을 내버리기 시작했다. 2000년 예수 공현일이었다. 그는 특별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대부분의 재산을 기부한다고 선언했다.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자신의 맨션과 '판타지 아일랜드'격인마이애미 섬도 팔았다.

그리고는 호텔 이곳저곳을 떠돌고 담을 것이 있으면 루이비통 가방 대신 종이 봉투에 넣고 다녔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구차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남은 그의 재산이 물경 15억파운드(약 2조7000억원)이다.

그가 실천한 것은 '무소유'의 삶이다.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 삶이다. 집착이 없으니 탐욕도 없다. 대신 억만장자이기에 자동적으로 넘쳐나는 것은 아낌없이 기부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이 주도하는 '기빙 플릿지'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 앤디 워홀과 데미언 허스트 등 대가의 예술 작품을 구입한 뒤 박물관에 기증하는 일도 취미로 삼고 있다. 지난해에는 파산에 직면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주체할 수 없는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1200만 파운드를 기증하기도 했다.

베르그루엔은 8일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에 흥미가 없다"며 "우리는 일시적으로 이곳에 있기 때문에 내가 소유하는 모든 것은 일시적이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진정한 가치는 우리의 행동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속세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는 다른 억만장자처럼 전용기를 타고 럭셔리 호텔에서 아름다운 여인들과 머무르기도 하고 때로는 그의 거대한 왕국(버거킹 체인점)을 둘러보기 위해 여러 도시를 방문하기도 한다.

데일리 메일 l News1

자신의 주거지가 없이 호텔을 떠도는 것에 어려움을 없을까. 오히려 그는 "항상 많은 시간을 호텔에서 보내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일을 쉽게 시작할 수 있어 더 행복하다"며 "내가 소유한 것이 없기 때문에 구속될 것도 없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은 그의 다음 선행이 오랜 기간 방랑 생활을 바탕으로 노숙자에게 선행을 베풀지 않을까 짐작하며 이어지는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