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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얼마가 적당한가?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32> 실리콘밸리에는 ‘실패 컨퍼런스’가 인기인 이유는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입력 : 2013.01.28 06:00|조회 : 2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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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실패 컨퍼런스(FailCon)' 행사의 한 장면. <사진출처: FailCon>
지난해 10월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실패 컨퍼런스(FailCon)' 행사의 한 장면. <사진출처: FailCon>
어떤 일에 도전해서 실패로 결론 내리고 미련을 버리는 데 걸리는 기간은 얼마가 적당할까? 물론 평생을 매달려서 이루는 꿈도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업종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 우물을 파는 데에도 시한이 필요하다. 딱 이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바로 덮고 탈탈 털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이곳 실리콘밸리의 실패시한은 대략 3개월이다. 스타트업(초기벤처) 엑셀러레이터들이 초기창업가들에게 부여하는 시간은 보통 3개월. 3개월 안에 될 기업, 안 될 기업, 투자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업, 명함도 못 내밀 기업 등으로 판정을 낸다.

그런데 한국의 창업보육기관들의 보육지원 기간은 대략 2년이다. 해봐서 안되면 빨리 접어야 하는데, 지원이라는 기댈 언덕이 있으니까 갈 데까지 가서 자빠지게 된다. 결국 더 큰 내상을 입게 된다.

실리콘밸리가 실패의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 실패가 빠르기 때문이다. 실패가 빠르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 성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을 수 있다. 특히 기술도, 트렌드도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틈새를 치고 들어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수정하거나, 철수해야 하는 기술관련 스타트업들에겐 더 그렇다.

그래서 이곳과 비교해보면 한국대학들의 창업보육센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정부지원을 받아 건물을 세워 하나씩 운영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 학생들에게 사무실공간도 주고 법인설립도 돕고 경영을 가르치고 투자까지 한다.

그러나 정작 실리콘밸리를 떠받치고 있고, 취업보다 창업을 훨씬 높게 쳐주는 스탠포드대학에는 학생들 창업을 지원하는 별도의 학교기관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창업세미나가 열리지만. 대부분 학생들 자체행사이다. 스탠포드대학에서 벤처생태계를 연구중인 양동우 호서대 벤처전문대학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대학이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교육으로 하는 것이지, 보육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어떻게 대학이 기업인들보다 더 잘 기업을 키울 수 있겠습니까?”

스탠포드대학은 전공이 무엇이든 학문과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사업화하는 마인드까지 수업에서 가르친다. 공학을 가르쳐도 사업화가 될 수 있는 공학, 경영학을 가르쳐도 회사설립을 위한 경영학을 가르친다. 교수들은 구글 등 실리콘밸리 인맥을 수업 멘토로 참여시킨다. 교수와 기업인이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국처럼 오피스를 내주고, 회사를 차리도록 도와주고, 창업자금도 지원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냥 대학 내내 모든 수업시간이 창업가를 키워내는 시간이다.

그러니 어린 나이부터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창업자금도 지원이 아니라 투자이기 때문에 실패를 하면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이지 창업가 자체가 실패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실패를 통해 좌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다양한 산지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일에 매달렸냐 보다, 얼마나 여러 번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얼마나 여러 번 실패했으며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냐가 그 사람의 빛나는 프로필이 될 수 있다. 오죽하면 실패 컨퍼런스가 열리겠는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매년 10월이면 수백 명이 참가하는 ‘FailCon(Failure Conference)’이라는 이름의 컨퍼런스가 열린다. 말 그대로 실패 컨퍼런스이다. 기업가들이 나와서 자신은 어떻게 실패를 했는지, 그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고, 그래서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 참석자들에게 강연하고 토론을 벌인다.

이 컨퍼런스를 기획한 카스 필립스(그 역시 실패한 창업가였다)는 한 인터뷰에서 “500여명 참석자들에게 ‘창업해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지’를 물으면 절반이상이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손을 든다. 연사들은 자신의 실패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실패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성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춘을 다 갖다 바치고도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무책임한 슬로건은 없어 보인다. 꿈은 절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길고 오랜 꿈을 꾸지 말기를. 미친 듯이 해보고 안 되면 바로 툴툴 털고 산뜻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10년을 고시공부에 매달리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갔기 때문이다.

[유병률기자 트위터계정 @bryu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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